산지니 소식 184호
크리스마스, 팔레스타인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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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편집자 초록입니다.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2월이 되면 거리에는 반짝이는 조명이 걸리고, 연말 분위기에 괜스레 기분이 들뜨지요. 특히 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가져다줄 선물을 떠올리며 한 해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선물을 받을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상상하며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크리스마스는 많은 어린이들에게 ‘기다림’과 ‘기쁨’의 날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모든 아이들이 이 같은 설렘을 느낄 수 있을까 하고요. 세계 어딘가에서는 폭격 소리와 사이렌 속에서 밤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고, 전기가 끊겨 반짝이는 조명은커녕 작은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선물과 축복의 날이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불안한 하루일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번 산지니 소식에서 소개하는 그림책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는 바로 그 간극을 깊이 있게 조용히 바라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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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닷가에서 모래 놀이를 하던 아이가 우연히 발견한 유리병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병 속에는 낯선 나라에서 온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칼리드야. 네 이름은 뭐니? 나는 팔레스타인 가자에 살아.” 편지를 쓴 소년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며, 우리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가자의 모습을 설명해 주지요. 소년이 우리에게 건네는 문장들은 뉴스 속 지명으로만, 또는 분쟁 지역으로만 알던 먼 곳, ‘팔레스타인’을 한 아이의 얼굴과 목소리로 바꾸어 놓습니다.
칼리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늦은 오후 친구들과 축구하는 걸 좋아하고, 잠들기 전 책을 읽으며 가 보지 못한 먼 나라를 상상합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서는 이런 일상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집 밖은 위험하기 때문에 마음껏 놀 수 없고, 전기가 부족해 밤에는 책을 읽을 수도 없습니다. 온 가족이 사랑으로 가꾸던 올리브나무가 어느 날 모두 베어져 버리기도 하지요. 너무나 소박한 이 아이의 하루는 왜 이렇게 자주 멈춰 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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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는 그 이유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전쟁과 학살의 장면을 직접적으로 그리지도 않습니다. 대신 전쟁과 봉쇄가 한 아이의 세계를 어떻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억압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무엇이 아이들의 자유를 이렇게 억압하는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게 됩니다. 이 책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나빌라 아다니는 칼리드라는 어린이의 시선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담담하게 전하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의 삽화로 아이의 꿈과 현실을 대비시킵니다. 책을 펼쳐 보면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그리고 칼리드가 그토록 원하는 일상이 왼쪽 페이지에, 그리고 그 바람과는 동떨어진 팔레스타인의 현실이 오른쪽 페이지에 나타나는데요. 두 페이지의 대비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무겁게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에게 충격을 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이끕니다. 우리는 어느새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한 아이의 편지를 받아 든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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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독자로 하여 칼리드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을 넘어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칼리드는 편지 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 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고, 우리의 소식을 널리 알릴 수도 있지.” 크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들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평화를 기원해 달라고 말하는 칼리드의 말을 들으면 각자의 자리에서, 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작은 마음과 실천이 모이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조용히 깨닫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는 특정 지역의 고통에만 머무르는 책이 아닙니다. 오늘도 세계 여러 곳에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있고,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지구 곳곳의 분쟁 지역, 그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칼리드의 바람처럼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춤추고, 기도하며,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까요? 국경과 언어, 종교를 넘어 우리가 하나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지구 어딘가에 살고 있는 칼리드와 같은 친구를 위해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는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의 메시지를 잊지 않고 타인을 돕고자 하는 작은 마음과 실천을 모은다면 팔레스타인의 자유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모두가 들뜬 크리스마스 시즌, 이 책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설렘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아이와 함께 읽어도, 어른이 먼저 읽어도 좋은 그림책입니다. 멀리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에서 연대와 평화의 의미를 함께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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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시선집>(접촉면, 2025)
첫 시를 읽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만 시집입니다.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해 쓴 시들이 모여 있어요. 팔레스타인의 고통이 날카롭고 직접적인 언어로 전달됩니다. 저는 여기 실린 시들을 읽으며 죽음을 옆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의 생활은 얼마나 불안정할지 상상해 보았고, 칼리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답니다. 3쇄분 판매 이후에는 더 이상 종이책이 유통되지 않는다고 하니, 산지니 독자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힌드의 목소리>(2025)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영화입니다. 6살 힌드라는 팔레스타인 소녀가 이스라엘 군사의 총격을 피해 전화로 구조를 요청했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요, 2024년 힌드가 걸어온 전화와 아이의 목소리가 그대로 영화에 실려 있어 팔레스타인 학살 문제를 더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고 나면 몹시 고통스러워지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빨리 국내 개봉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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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라 아다니 글, 그림
아이의 시선으로 팔레스타인이 겪는 전쟁과 그 참상을 전하는 그림책. 가자지구에 사는 소년 칼리드는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사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유롭게 축구를 하지도, 책을 읽지도 못하는 불안정한 일상이 칼리드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전쟁, 저자 나빌라 아다니는 글과 그림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묻고 그 해답을 우리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연대의 마음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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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부산 산지니 출판사에 둥지를 튼 매입니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라는 뜻이에요.
저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세요💚
📌 응모 기간: 1월 22일(목)까지
📌 응모 방법: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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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응원에 힘입어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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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열린 제2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4일간 산지니 부스에는 미로찾기, 꿈 판넬 체험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산지니 그림책을 살펴보는 독자들, 매일 열렸던 작가 북토크와 캐리커쳐에 참여하려는 독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느라 만나지 못했던 어린이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은 일하는 일상에 지쳤던 산지니 편집자들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4일간 부스에서 열렸던 작가 북토크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북토크 후기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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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청년들이 말하는 태국 정세를 기록하다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이정우 저자 강연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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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태국 청년들이 말하는 태국 정치를 기록한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이정우 저자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태국과 한국을 오가며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거리로 나섰던 태국의 청년들과 활동가들을 만난 이야기, 태국 정치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금 태국 정세를 바라보는 고민까지 이어진 강연은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를 읽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태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더욱 넓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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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그래
산지니시인선 027
구자순 시집
경남 진주 출생의 시인이 겪은 눈물조차 사치스럽게 만드는 농사와 육아의 고단함, 호된 시집살이, 남편의 무정으로 인한 절망감 속에서 빚어 올린 시 74편이 수록되었다. 남들은 쉬이 짐작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한동안 글을 써 내려가지 못하던 시인은 이제는 헐떡이는 언어의 격정을 다스리고, 이 시집으로 자신의 성과를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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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파도로 깎은 시
산지니시인선 028
신명자 시집
시인의 고향인 경남 거제를 무대로 써 내려간 96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우리 땅에서 제주 다음으로 큰 섬 거제를 고향으로 둔 시인은 거제의 풍속과 거제 사람이 겪은 갖가지 사연, 거제가 품어 안은 삶의 곡절을 시에 담았다. 신명자 시인은 고향인 거제 남부면 다포항의 삶과 풍속, 거제 사람이 겪은 다양한 사연을 본격적으로 담아내며 거제 장소시의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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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달려 노래주점
산지니시인선 029
김보성 시집
남세와 망측 사이, 구체적 생활세계의 성애를 다룬 시집이다. 김보성 시인은 첫 시집에서 과감하고 당혹스러운 주제를 선택했다. 내놓고 말하기 껄끄럽거나 부끄러운 일로 다루어지던 성을 이번 시집에서 활짝 펼쳐 보인다. 엄숙주의 아래서 가려져 있던 성생활의 속살이 김보성의 손끝에서 잔잔한 웃음기와 함께 살아난다. 과도한 성, 넘치는 성애 현실, 성적 주체의 적극적인 태도에 독자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을지 모른다. 성에 대한 어떤 편견도, 선입견도 내세우지 않고 그저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 담겠다는 시인의 뜻이 오롯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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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운 건 눈물로 씻었다
산지니시인선 030
정유미 시집
시인의 고향인 경남 합천의 삶과 풍경을 그려낸 85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합천은 20세기 초반 한때 인구 12만에서 현재 4만 아래로 줄어든, 이향 인구와 역내 소멸이 잦았던 지역임을 고려하면 시문학 사회에서 여자 시인의 등장은 합천 지역에서 이루어진 의미 있는 성과이다.
정유미 시인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대한 방법적 성찰과 여성 주체가 겪는 삶의 굴곡을 독특한 표현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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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건너가고 있다
산지니시인선 031
김영화 시집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땅 위의 풍경을 그린 75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김영화 시인의 시 세계는 정통 서정시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시인만의 독특한 체험을 담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난하지만 정겹던 시골 유년의 기억은 근대화 이전 가족 공동체의 공통된 정서로 남아, 성인이 된 뒤에도 되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어린 날의 감정을 특별하게 만들며 시인의 시에 선연히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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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토마토
박태일 일기시집
지역문학 연구자이며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인 박태일 시인이 손녀와 함께한 일상을 따뜻한 언어로 써 내려간 일기시집. 손녀의 탄생부터 유아기, 그리고 학교 입학 이후까지 이어지는 성장 과정을 105편의 시로 담았다. 독특한 토박이말과 독창적인 운율로 우리 시대 새로운 서정시의 지평을 연 박태일 시인은 이번 신작 시집에서 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할아버지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첫 하품, 뒤집기, 고개 들기, 첫 걸음 등 아기의 일상 속 섬세한 변화와 성장의 기록이 시로 옮겨진다. 작고 여린 존재가 세상에 태어나 자라가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시 전반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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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곁으로
임회숙 소설집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고립을 끊고 연대를 만드는 이야기.
표제작 「그들 곁으로」는 미혼모 수진의 이야기이다. 수진은 임대주택을 전전하다 바닷가 마을에 자리를 잡는다. 주인집 여자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말하자, 수진은 직장을 구하며 삶의 의지를 다진다. 어느 날, 아픈 아이를 맡기고 출근한 수진은 아이가 걱정되어 일찍 퇴근한다. 그런데 아이가 혼자 남겨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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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안에서 다르게 키우기
하정화 지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좋은 성적이 아니다. 저자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즐기게 하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찾도록 지켜봤다.
공공 인프라와 자연 속에서 놀며 배운 아이들. 조바심 대신 기다림을, 과잉 대신 여백을 선택한 엄마의 육아 철학과 솔직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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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2호: 바다정동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2호는 ‘바다정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며 바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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