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온 편집자입니다.
갑자기 추위가 혹독해졌습니다. 걸어서 출근하는 걸 고집하는 저지만, 목도리를 꺼내지 않으면 지하철을 타야 할 것만 같은 날씨예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오히려 더위가 그리워질 정도입니다. 자연스레 몇 해 전 겨울에 갔던 태국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1월쯤 갔었는데 춧타이잉이라 불리는 태국 전통 치마를 두르고 화려한 궁전에 들어가고, 숙소에 돌아오면 망고를 먹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맛본 ‘창(Chang)’은 지금까지 제 최애 맥주입니다. 아쉽게도 수출 시에는 도수를 낮춘다고 해, 그 맛은 태국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지만요. 요트를 타고 야경을 바라보며 ‘나중에 꼭 남자친구랑 다시 와야지’ 마음먹기도 했습니다(아직도 못 이뤘습니다).
이렇게 태국이라고 하면, 저처럼 여행 갔던 기억이나 여행지로서의 모습을 많이들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곳에서 태국이 양원제인지, 입헌군주제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미얀마 등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면서도 태국을 떠올리진 못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를 편집하면서야 비로소 태국 민주주의의 현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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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다시피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그러나 왕실의 권력은 막강합니다. 태국 왕실과 군부는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치 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왕실에 대항하는 대안으로 정치인 ‘탁신 친나왓’이 등장했고, 그는 농촌 유권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세를 키웠습니다. 이후 2010년대까지 태국은 왕실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옐로 셔츠)과 탁신을 지지하는 세력(레드 셔츠) 간 극심한 양극화로 점철됩니다.
이 갈등을 넘어 등장한 정당이 아나콧마이당입니다. 노란색과 빨간색을 섞은 오렌지색을 내세운 이 정당은 개혁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젊은 세대의 인기를 한 몸에 받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당은 탁신 계열에도 군부에도 눈엣가시였습니다. 결국 2019년 총선 이후 정치보복이 이어졌고 2020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됩니다. 분노한 청년들은 거리로 쏟아져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시위에서 그동안 금기시되던 ‘왕실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왕실 모독죄’ 폐지와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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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콧마이당 인사들은 까우끌라이당으로 재창당했고 2023년 총선에서 제1당으로 약진했습니다. 그러나 군부와 왕실의 반대로 정권 수립에 실패하고, 2024년 다시 해산 명령을 받고 맙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거리에는 침묵만이 맴돌았습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왜 분노는 다시 거리로 향하지 않았을까요?
떠오르는 신진 태국정치 연구자인 이정우 저자는 이 2020년과 2024년의 차이에 주목했습니다. 저자는 태국에 직접 가서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청년들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11명의 태국 시민들과의 인터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청년들에게 현 태국의 정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아나콧마이당과 까우끌라이당, 그리고 그 이후 재창당된 쁘라차촌당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는지, 시위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지, 태국에 완전한 민주주의가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렇게 책에는 청년들의 슬픔과 좌절, 분노 그리고 희망이 생생히 적혔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군부독재 시절과 그에 따른 민주항쟁들, 그리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 일어선 최근의 탄핵 시위들. 어느 나라든 민주주의는 계속 위협받고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싸워야 합니다. <인터뷰를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를 읽어 태국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들과 연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초국가적으로 사유할 때, 우리는 더 넓은 지평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고, 또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한 인터뷰이의 답변을 옮기며 이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Q: 태국은 언제 완전한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을까요? 당신의 생에 가능할까요?
A: 그럼요. 사람들은 무언가 정치적 행동을 더 많이 하고, 더 많이 압박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패배하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새로운 헌법을 제정할지 고민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도울지 생각해야 해요. 정치 엘리트들이나 통치자들, 그리고 독재자들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닿을 수 있도록 더 많이 시위에 나서야 합니다.
_<포기하지 말고 정치 참여를 해야 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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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아시아총서 51
이정우 지음
태국의 민주주의 운동과 청년 정치 세대의 목소리를 조명한 책.
저자는 2020년과 2024년, 태국 헌법재판소가 진보정당을 연달아 해산시킨 사건에 주목해, 두 시기 시민 반응의 극명한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 태국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 책은 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미래, 청년들의 정치 참여 양상을 생생히 기록했다.
저자 이정우
태국 정치 연구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태국 쭐라롱껀대학 정치학부에서 방문연구원(2024)을 역임하였다. 주 관심사는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선거, 의회이며 논문을 지속해서 투고하고 있다. 현재는 태국정치사 서적을 번역하면서 태국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민주주의 연대, 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태국 MZ세대의 SNS 활용,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이 정치적 관심에 미치는 영향」, 「태국의 세대 정치: 세대의 차이와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 「베트남과 필리핀의 대중국 전략 비교연구: 남중국해 해양 분쟁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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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온다 큰 거 온다!
지.행.출 2 출간 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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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산지니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바야흐로 10년 전 강수걸 대표의 맨땅에 헤딩 출판사 창업부터 다사다난했던 지역출판사 운영기를 담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a.k.a 지행출)가 출간되어 장안의 화제였죠. 어느새 강산이 변하여 2025년 산지니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아, 모르셨다고요? 네 저희도 책 만드느라 이런 경사를 조용히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긴 너무 아쉽죠! 사실 지난 몇 개월간 사부작사부작 2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답니다. 그것은 이름하여 ‘지행출 2 출간 작업!’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눈물로 써내려간 원고가 이제 막 탈고를 마쳤습니다. 원고 쓰다가 작가님들을 더더욱 존경하게 되었다는 후기와 함께요. 매주 월요일 산지니 블로그에 업로드되었던 좀비 디자이너의 좀비만화를 기억하시나요? 어느날 갑자기 중단되어 편집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그 전설의 좀비만화가 <지행출 2>를 통해 다시 돌아옵니다. 산지니x공간 개관부터 홍콩·대만 북투어, 문예비평지 <문학/사상> 창간, 국내외 도서전 참가기, 코로나 시기의 출판사 풍경,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공개하는 업무일지까지 산지니의 지난 10년을 싹싹 긁어 모으고 짜내어 엑기스만 뽑아냈습니다.
과연 산지니는 여전히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고 있을까요? 산지니의 내밀한 속사정이 궁금한 독자 여러분 다가오는 새해 <지행출 2> 출간을 기대해주세요. 참고로 아직 제목은 미정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투척하는 독자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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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현이 완성한 세 번째 선율
<편백나무 상자> 북토크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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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사현금 동인의 세 번째 무크지 <편백나무 상자>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사현금 동인 김하기, 강동수, 박향, 정인 소설가와 더불어 이상섭, 이미욱 소설가와 함께했는데요. 사현금 동인은 군사 정권의 문화 탄압에 맞서 저항의 수단으로 쓰였던 무크지의 역사성을 이어받아, 작품을 통해 “문학은 개인을 구원하는가, 아니면 사회를 구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써내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개성이란 무엇인지, 경험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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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드디어 그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다채롭고 풍성한 이벤트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 산지니 역시도 다양한 굿즈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번 도서전에서는 산지니에서 출간된 아동도서들을 바탕으로 제작한 체험활동 이벤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산지니 부스(C11)에서 즐거운 체험활동도 참여하고, 선물도 받고, 책 구경도 하고! 일석삼조 이벤트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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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이정우 저자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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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드는 ‘왕실모독죄’, 헌법재판소의 진보정당 해산 사건, 그리고 이에 대한 태국 청년들의 반응.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는 태국의 민주주의 운동과 청년 정치 세대의 목소리를 조명한 책입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태국 청년들의 정치 참여와 그들의 분노·슬픔·희망, 반복되는 진보정당 해산과 그 이면의 권력 구조, 태국 형법 112조(왕실모독죄)를 둘러싼 활동가들의 움직임에 대해 이정우 저자에게 직접 들어봅니다. 태국 민주주의의 오늘을 이해하고, 한국 민주주의까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 유튜브 라이브는 여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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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편
황경란 소설집
사회 곳곳의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서사를 드러내 보여주는 소설가 황경란의 두 번째 소설집. 여덟 편의 소설은 산업단지와 재개발지, 청소년 쉼터와 공장에 이르기까지 도시를 이루는 무수한 삶의 단면을 드러내고,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엮인다. 저자는 온전하지 않은 파편의 모습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각각의 존재를 아름다움으로 호명하며 상처와 결핍으로 조각 난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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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테질레아
예술문화총서13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지음 |
배중환, 조정래 옮김
독일문학사상 연극에 있어서 가장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작가 클라이스트의 내면의 본질이 녹아든 비극.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마존족의 여왕, 펜테질레아를 주인공으로 한 희곡 '펜테질레아'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펜테질레아와 아킬레스의 광기 어린 욕망의 이야기는 파멸로 치닫으며 사랑의 원초적 모습과 강렬한 심리 묘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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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후기 한시 작가들의
비평의식
박수천 지음
작가와 그가 지닌 문학론을 함께 연구한 고전문학 비평서. 율곡 이이, 지봉 이수광, 이계 홍양호,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연천 홍석주, 창강 김택영의 비평서와 실제 작품을 연관 지어 그들의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밝힌다. 비평 이론과 창작 실제를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당시의 문학인식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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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
꿈꾸는 보라매 29
나빌라 아다니 글, 그림 |
이혜정 옮김
아이의 시선으로 팔레스타인이 겪는 전쟁과 그 참상을 전하는 그림책. 가자지구에 사는 소년 칼리드는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사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유롭게 축구를 하지도, 책을 읽지도 못하는 불안정한 일상이 칼리드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전쟁, 저자 나빌라 아다니는 글과 그림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묻고 그 해답을 우리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연대의 마음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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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2호: 바다정동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2호는 ‘바다정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며 바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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