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81호
교과서로 배웠던 단편소설
<수난이대>의 작가 하근찬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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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euk 편집자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은 직접 소장하고 있는 전집이나 시리즈 도서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전집은 아니지만, 한 권씩 사 모으던 만화책이 있었습니다. 일명 ‘○○에서 보물찾기’라고 알려진 세계 탐험 만화 역사상식 시리즈입니다. 주인공인 팡이와 토리, 그리고 고고학자 지구본 교수와 함께 세계 곳곳의 보물들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저에게 해외여행의 꿈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터키에서 보물찾기>를 읽고 블루모스크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올해 7월 8박 10일의 튀르키예 일주에서 그 꿈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보물찾기’ 시리즈를 꽂아놓은 책장을 보면 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책등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있네요. 동일한 표지 디자인을 한 전집은 모으는 재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집은 보통 고전문학이나 어린이 독자층을 겨냥한 것들이 많이 출간됩니다. 또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작가의 역대 작품을 모으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집은 민음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이네요. 산지니도 전집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단편소설 <수난이대>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하근찬 소설가의 생애 전 작품들을 전집으로 복원하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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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하근찬은 경북 영천 출생으로,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한국전쟁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 교사생활을 하고,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가 되어 45년간 문업 활동을 하였습니다.
<하근찬 문학전집>을 통해 복원하는 그의 작품은 총 24편으로, 단편부터 중편과 장편, 산문집까지 그가 남긴 글들을 가능한 그대로 출간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문학평론가들의 해설도 실어 하근찬 문학의 역사적,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자 하였습니다.
오늘날 하근찬 소설가의 작품을 되살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그의 작품들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편견을 버리고 소설을 읽다 보면 인물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대사가 귀에 들리며,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는 아주 매력 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경북 출신답게 대사에서 드러나는 찰진(?) 사투리와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등장인물 간의 열정적인 사랑과 숨겨진 관계까지. 독자들을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의 작품을 만나면 여러분도 그 매력에 풍덩 빠질 거라 장담합니다.
특히 지난 10월 출간된 5차분 중에는 대학 교수인 주인공이 존재조차 몰랐던 자신의 딸을 제자로 만나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리다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옛 연인이자 딸의 어미를 만나는, 지금 읽어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처럼 하근찬의 소설들 중 단편 <흰 종이수염>은 1980년 KBS 문예극장으로 드라마화되었고, 장편 <내 마음의 풍금>은 1999년에 영화화될 만큼 2차 콘텐츠로도 제작될 만큼 이야기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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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전집> 5차분 발행을 기념하여 열린 ‘제5회 하근찬 문학 심포지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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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의 문학은 서사적 재미만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의 역사를 두 눈으로 직접 본 그는 격변하던 그 시절을 지나던 민중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이를 소설 속에 녹여내었습니다.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선택했던 여성들, 하루아침에 바뀐 지배 세력으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공동체 속에서 그래도 가족을 지켜야 했던 민중들, 전쟁으로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던 사람들까지. 그는 전쟁의 주변을 살피고 이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기록함으로써 서사적 재미뿐만 아니라 역사적, 자료적 가치도 함께 작품에 담아내었습니다.
하근찬의 45년간 문업을 복원하는 전집 발간 작업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매년 발간되는 전집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발간 직후 경북 영천에서 하근찬 문학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8일에는 제5회 하근찬 문학제가 열렸는데요. <징깽맨이>의 해설을 쓴 인제대 김주현 교수와 <은장도 이야기/직녀기>의 해설을 쓴 영남대 김문주 교수가 참석하여 하근찬 문학의 의의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근찬을 전쟁의 아픔이 아버지와 아들, 2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비극을 그린 단편 「수난이대」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평생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후대에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남겼습니다. 이 전집의 발간으로 하근찬 문학의 가치가 후대에도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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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전집
10 달섬 이야기
14 징깽맨이
21 은장도 이야기/직녀기
하근찬 지음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인 하근찬의 작품 총 24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복원을 하고 있다.
10 달섬 이야기
새마을운동의 열기 속에서 공동체의 자발적 힘과 연대를 그린 장편소설.
달섬의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두 남자 교사 백남기와 신영갑, 그리고 사환 남자아이 봉식은 이 학교에 여교사가 부임해 오기를 고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교대를 갓 졸업한 여교사 송인순이 이 학교로 부임해 온다. 송인순은 동료 교사들과 함께 자활학교와 새마을봉사회를 만들어 마을의 협력을 이끌고, 조개 양식으로 달섬의 자립을 이루어낸다.
14 징깽맨이
동학혁명과 민주화 시대가 맞닿은 운명을 서사로 풀어낸 장편소설.
한국전쟁으로 연인과 생이별한 역사학자 현중하는 대학 민속박물관장으로 취임하며, 존재조차 몰랐던 딸 연미와 함께 ‘혼이 담긴 징’을 찾아 나선다. 여정 속에서 그는 옛 연인이자 딸의 어미와 재회하며 운명적 순간들을 맞이한다. 이 소설에서는 현실의 인물들과 ‘징깽맨이 설화’가 교차하며 운명과 인연, 정한의 세계가 서사를 이끈다.
21 은장도 이야기/직녀기
반복 속에서 피어난 생의 서사를 그린 하근찬의 미완성 장편.
「은장도 이야기」는 월간 《2000년》에 연재된 미완성 장편으로, 고희를 맞은 주인공 송 노인이 수몰된 고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자신의 젊은 시절과 일제 말기, 전쟁의 시간을 회고한다. 함께 수록된 중편 「직녀기」는 《현대문학》에 연재된 작품으로, 혼례를 앞둔 여성이 어머니에게 은장도를 물려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두 작품은 서로의 서사를 반사하며, 전통적 여성의 운명과 그 안에서 움튼 생의 욕망, 시대의 폭력에 대한 하근찬 특유의 사실적 시선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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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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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편집자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한 해를 조금 일찍 마감한 느낌입니다. 야구 시즌이 끝났기 때문인데요. 저는 프로야구 개막 시즌이 되어야 정말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것 같고, 시즌의 막이 내리는 10월이면 한 해가 벌써 가버린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올해 저는 정말 괴로운 시즌을 보냈는데요. 제가 응원하는 팀의 극심한 부진과 함께 야구와 심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비시즌에 열심히 찾아보던 올해의 호수비 모음 영상이나 FA 소식, 구단에서 업로드하는 캠프 영상도 일절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요…
그럼에도 도저히 제가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얼마 전 출간되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에 왜 이 책이 없지? 생각만 했었는데, 드디어 출간되었더라고요. 바로 <아무튼, 야구>입니다. 책에는 팬데믹을 지나치며 프로야구를 만난 저자가 야구에 푹 빠지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재미는 물론 제가 처음 야구에 빠져들었던 때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를 누군가 제게 물어본다면 하루 종일 대답할 수 있지만, 저자가 야구를 신화에 비유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계속해서 스윙을 반복하는 타자를 시시포스에, 뒤돌아보지 않고 베이스를 달리는 주자를 오르페우스에 비유하는 대목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네요. 야구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야구의 어떤 면이 저를 벅차오르게 했답니다. 내년 시즌을 기다리며 올겨울엔 멀어졌던 야구와의 거리를 다시 조금씩 좁혀가야겠습니다. 아! <인생 뭐, 야구>도 올겨울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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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파주페어 <re, 셸리> 낭독 무대에 다녀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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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린 2025 파주페어 북앤컬쳐의 다양한 행사 중 낭독공연 <독篤독讀―도탑게 읽기>에 산지니의 <re, 셸리>가 함께했습니다. 제10회 수림문학상 수상작가 이정연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re, 셸리>는 불공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가까스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9년째 대리에 머무르는 지홍은 승진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이용하지요. 하지만 결국 이용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퍼즐을 맞추듯 따라가게 되는데요. 몰입감 넘치는 이윤지 배우의 목소리와 함께 책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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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올해의 도서전은 책에 대한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사람보다 책이 많은지 책보다 사람이 많은지 항상 궁금해지는데요. 인산인해 속을 누비며 산지니 도서를 알리기 위해 여러 차례 미팅에 참석했습니다. 산지니는 종합 장르를 출간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어의 어떤 수요라도 충족할 수 있는 게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또 이번 도서전에서는 기쁘게도 두 권의 수출 계약을 달성했습니다. <소녀 취향 성장기>와 <유방암이지만 비키니는 입고 싶어>가 말레이시아어로 번역되어 독자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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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 12호가 곧 출간됩니다! 이번 12호의 주제는 ‘바다정동’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육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세상을 본다면 어떨까요? 제주와 오키나와를 잇는 해역세계를 살펴보며 연안이 아닌 드넓은 대양에서 펼쳐지는 경험과 상상을 탐구합니다. 구모룡 문학평론가가 이끄는 이번 북토크에서는 ‘바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대양에서의 문학적 활동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들,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도 라이브로 함께할 예정이니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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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현금 동인의 세 번째 무크지 <편백나무 상자>의 출간을 기념하여 6명의 작가와 함께 작품과 동인 활동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가 개최됩니다. <편백나무 상자>에는 죽음과 단절 속 구원과 연대를 탐구하며 우리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을 묻는 작품 6편이 실려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 실시간으로 북토크에 참여하실 수 있으니, 여러분의 많은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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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책놀이 프로그램
<동시로 만나는 일상 속 사자성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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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제아동도서전이 부산에서 개최됩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국내 최초의 아동도서전으로,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 축제입니다. 이번 도서전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3홀(부산 해운대구 APEC로 55)에서 12월 11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립니다.
산지니도 북토크와 낭독회, 체험 프로그램, 캐리커쳐 그리기, 굿즈 증정 등 다양하고 풍성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준비한 굿즈도 차차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산지니 부스(C11)에서는 임영아, 조미형, 방현주, 최봄, 홍정욱 작가와의 북토크가 진행됩니다. 자세한 날짜와 시간, 행사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동시집 <사자성어 탐험대>를 출간한 김이삭 작가와는 재미난 워크숍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신청폼 작성을 통해 신청이 가능합니다. 마감 되기 전에 서둘러주세요😁
어린이책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간,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2월에 부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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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상자
사현금 무크 3
김하기, 강동수, 박향, 정인, 이상섭, 이미욱 지음
소설 동인 사현금의 세 번째 무크지. 이번 무크지는 김하기, 강동수, 박향, 정인 네 명의 사현금 동인에 이상섭, 이미욱이 참여해 죽음과 상실, 소외와 단절 그리고 연대와 구원의 의미를 다각도로 탐구한다.
표제작 강동수의 「편백나무 상자」는 암 투병 끝에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아내를 추모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그는 아내의 모습을 재현한 조각을 만들고 유골과 함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내를 잃은 상실을 견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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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헌책방
꿈꾸는 보라매 28
최봄 글 | 윤진희 그림
따뜻한 상상력과 단단한 서사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최봄 작가의 새로운 동화집이다. 울산 신선산 호수공원과 숲속 책방 등 작가의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여섯 편의 단편 동화를 엮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새, 건물에서 내쫓긴 책방 할아버지, 게으른 바람, 길고양이에게 꽃밭을 빼앗긴 새앙쥐, 방귀쟁이 두더지 등 주인공은 저마다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작가는 작고 연약한 존재들의 눈으로 세상을 비추며 ‘진짜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무엇인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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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가까운 중동
두바이 파일럿이 들려주는 중동의 모든 것
원요환 지음
국제 유가 변동의 배경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경로, 우리의 경제 파트너인 중동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원요환 저자는 중동경제전문기자이자 파일럿이자 중동 거주민으로서 진짜 중동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콤한 디저트부터 최첨단 스마트시티의 청사진까지. 문화와 일상, 경제, 외교 등을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중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먼 곳이 아니라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가까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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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2호: 바다정동이 곧 출간됩니다. 이번 12호는 ‘바다정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며 바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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