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79호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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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날개 편집자입니다.
이번 여름, 회사에서 근속휴가를 받아 부모님과 함께 동유럽 여행을 떠났습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일명 ‘체오헝’이라 불리는 세 나라를 다녀왔습니다. 한여름에 떠나는 여행이라 날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다행히도 여행 기간에는 날씨가 선선해서 더위에 지치지 않고 다녔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지 두 달여가 되어 가는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바로 ‘오스트리아’입니다. 버스를 타고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국경을 넘자 신기하게도 차창 밖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말로만 듣던 알프스 산맥이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대부분 평원지대였던 체코와는 달리 오스트리아의 웅장한 산세는 압도되는 듯한 감각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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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의 첫째 날 숙소가 있었던 마을의 풍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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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풍경만이 아니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오스트리아 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빈 시내로 입성하자 나타나는 건물들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함을 직접 보니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빈의 전성기였던 19세기, 모든 예술과 지식, 사람, 자본이 몰려들었을 당시의 풍경이 절로 상상되었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오스트리아에 가서 찬찬히 그 나라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빈의 벨베데레 궁전에서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입니다. 벨베데레 궁전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키스> 앞에는 늘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입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작품을 즐기는 관람객들을 구경하는 묘미도 있었습니다. 이 작품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었던 건 여행 가기 직전까지 작업했던 책 때문입니다. 바로 진경옥 교수의 ‘패션 시리즈’ 네 번째 책 <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입니다. 이 책 작업을 하면서 <키스>뿐 아니라 클림트의 다양한 작품들을 사진으로 접했는데요. 사진과 작가의 문장으로만 상상했던 클림트의 작품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은 생각보다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무리 높은 해상도의 사진도 실제 그림의 절반도 담아내지 못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언제까지고 작품 앞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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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키스>는 가로세로 각각 180cm의 정사각의 크기로 꽤 큰 작품입니다.
사진이 작품의 입체감과 화려함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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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예술가입니다. 저자인 진경옥 교수는 패션과 예술의 협업이 구스타프 클림트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클림트는 기존 전통 예술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하며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가 집단 ‘빈 분리파(Wiener Secession)’를 만듭니다. 이들은 회화·건축·공예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을 추구하며 예술과 생활을 밀접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순수미술과 패션을 포함한 응용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었고, 예술가와 패션디자이너들의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침 이 시기는 여성 의상에서 코르셋을 내던진 의상개혁 운동과 맞물린 시기였고, 클림트는 이 개혁의상의 선두 아티스트였습니다. 클림트의 평생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 역시 여성의상에서 코르셋을 제거한 패션 디자이너였습니다. 그동안 여성을 불편하게 동여매던 코르셋을 없애고 헐렁하고 넉넉한 품의 의상은 클림트의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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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이 필요 없는 개혁의상을 입고 있는 에밀리 플뢰게와
그녀를 담아낸 클림트의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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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는 금 세공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금박, 은박을 작품에 사용했고, 넝쿨과 같은 곡선 그리고 기학학적 문양을 활용하여 장식성이 돋보이는 의상을 작품에서 선보입니다. 클림트 작품 속 인물들의 의상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에는 클림트의 작품이 어떻게 패션 의상으로 재탄생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런웨이 위의 모델들이 마치 회화작품을 입고 걸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컬렉션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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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갈리아노가 <키스>에서 영감 받아 디자인한 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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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의학>에서 영감 받은 르웬 스콧의 2013년 패션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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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시작으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반 고흐, 로트렉, 요하네스 베르메르, 한스 홀바인,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바스키아 등 열 명의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열 명의 예술가는 모두 시대를 풍미하는 작품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컬렉션에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진경옥 교수의 ‘패션 시리즈’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영화’이지요. 어린 시절 영화관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열 명의 예술가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저는 책 작업을 하면서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과 관련한 실화를 다룬 <우먼 인 골드> 그리고 헨리 9세와 왕비 앤 볼린의 이야기를 다룬 <천일의 스캔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신다면 인물들의 의상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만들면서 클림트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최근에는 <클림트와 쉴레>라는 영화도 관람했습니다. 책 한 권을 통해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하는 건 편집자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를 읽으며 독자 여러분에게도 새롭게 발견되는 예술가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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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
진경옥 지음
진경옥 교수가 이번에는 패션과 영화 그리고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손꼽히는 한스 홀바인부터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빈의 대표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고흐와 피카소,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에 이르기까지. 패션 산업과 패션 트렌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열 명의 예술가와 그들의 생애를 담은 영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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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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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편집자
요즘 번화가에 가면 부쩍 늘어난 가챠샵이 눈길을 끕니다. 가챠는 일본어 ‘가챠가챠(ガチャガチャ)’에서 유래한 말로,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캡슐 안에 랜덤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를 뜻합니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하던 종이 뽑기와 비슷하지만 최근에는 캐릭터 피규어, 인형,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되었고 가격도 5,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종이 뽑기는 100원, 200원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비싸기는 하지만 저는 가끔 이 랜덤성을 즐깁니다. 어떤 상품이 나올지 모르는 설렘과 원하는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쾌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살짜쿵 인형>에는 “행복의 가치를 감히 계량화할 수 없지만, 100짜리 좋은 일 한 번보다 1짜리 즐거운 일 백 번이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든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10년 차 키덜트인 작가가 자신의 취미를 돌아보며 쓴 말인데요, 가챠가 주는 설렘도 우리 일상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소비는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몇 번 할지 정해놓고 도전합니다. 다행히도 그 약속을 어긴 적은 없습니다. 거창한 행복을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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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올바름을 넘어 존재하는 예술적 가치"를 지향하다
소설집 <김형의 뒷모습> 유익서 소설가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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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홀트 메스너가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을 한 최초의 산악인이거든요. 그리고 문체가 뛰어나서 오스트리아의 문학상도 받았어요. 연재 작업을 하기 위해서 이분 책 몇 권을 읽었거든요. 그 책들을 읽으면서 ‘맞아, 그 험악한 80년대를 겪어본 한국 사람으로서 이런 건 반드시 새겨봐야 할 자세다’ 했어요. 그 도전 정신, 자기 목숨 걸어놓고 하는 거잖아요. 이런 것들이 바로 한국의 젊은 사람들 또는 한국의 작가들이 갖춰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지요.”
유익서 소설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가득한 신작 소설집 <김형의 뒷모습>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은 한산도로 이주해 창작에 전념한 이후 작가가 한국 문단과 사회를 바라보며 품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출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북토크에서는 유익서 소설가를 초청해 작품에 깃든 예술관과 창작의 배경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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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家不幸 詩人幸(국가가 불행할 때 시인은 행복하다)”
배중환 독문학자는 이 문장을 화두로 삼아 혼란 속에서도 문학은 진실을 기록하고 드러내는 힘을 지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달 열린 강연에서 그는 클라이스트, 브레히트, 카프카, 드로스테 휠스호프 등 독일 문학의 거장들이 격변의 시대에 남긴 작품 세계를 따라가며, 문학이 시대와 인간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을 소개하고 예술의 본질을 되새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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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11: 생동하는 글쓰기
출간 기념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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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담론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재구축한다는 취지로 2020년 6월 창간한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이 11호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번 11호에서는 ‘돌봄, 성장, 도시, 젠더, 말’이라는 키워드를 문학과 비평의 시선을 통해 다시 들여다봅니다. 문학과 비평은 이처럼 크고 추상적인 단어들 속으로 어떻게 파고들며, 그 틈새를 우리 앞에 어떻게 드러내 보일 수 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북토크에 오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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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고 싶은 아기 여우,
아기가 보고 싶은 엄마 여우
꿈꾸는 보라매 26
스난난・룽위안즈 지음 | 스난난 그림 | 권현주 옮김
모피 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여우와 그곳을 탈출한 엄마 여우가 서로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를 담은 양면 그림책. 실제 구조된 여우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모피 산업의 잔혹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전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생명 존중과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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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탐험대
꿈꾸는 보라매 27
김이삭 글 | 박인 그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김이삭 작가가 동시집 <사자성어 탐험대>로 돌아왔다. 이번 동시집에서는 학생들이 알아두면 좋을 마흔 개의 사자성어로 40편의 동시를 창작하여 엮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사자성어와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재미난 사자성어 동시가 탄생했다. 조금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자성어이지만 <사자성어 탐험대>에 수록된 동시를 읽다 보면 그 의미와 쓰임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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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상자
사현금 무크 3
김하기, 강동수, 박향, 정인, 이상섭, 이미욱 지음
소설 동인 사현금의 세 번째 무크지. 이번 무크지는 김하기, 강동수, 박향, 정인 네 명의 사현금 동인에 이상섭, 이미욱이 참여해 죽음과 상실, 소외와 단절 그리고 연대와 구원의 의미를 다각도로 탐구한다.
표제작 강동수의 「편백나무 상자」는 암 투병 끝에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아내를 추모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그는 아내의 모습을 재현한 조각을 만들고 유골과 함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내를 잃은 상실을 견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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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
당연해서 더 어려운 가족, 그림책으로 다시 읽다
방현주 지음
가장 가깝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 가족을 그림책으로 배워본다. 가족학을 전공한 방현주 저자는 부산가정법원 등의 기관에서 가족교육과 상담 및 웰가족교육상담센터 운영을 하고 있다. 가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통해 부부, 자녀, 형재자매, 조부모 등 가족의 여러 관계와 부모의 이혼이나 죽음 등으로 인한 상실과 회복에 대해 살펴본다. 개인과 사회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가족. 가족도 공부가 필요하다. 이 책과 함께 나의 가족이 당면한 어려움은 무엇인지, 어떻게 건강한 가족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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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1호: 생동하는 글쓰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1호에서는 기존의 글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글쓰기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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