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76호
잊힌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다.
조갑상 작가 신작 소설집 <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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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계절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문득 ‘이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그 사람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 같습니다. 올해로 등단 45주년을 맞이한, 부산을 대표하는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도항>은 바로 그 잊힌 이름들을 불러내는 소설입니다. 그 이름의 주인은 지금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어느 누군가이기도 하고, 우리가 지나쳐온 거대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해방 직후 일본에서 귀환하던 조선인 수천 명이 바다에 잠긴 우키시마호 사건,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이들의 삶과 죽음, 유신 시절 선거를 둘러싼 군인들의 하루, 팬데믹 속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얼굴…. 책 속에는 지난 세월 우리가 쉽게 지나쳐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도항>은 해방 이후부터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소설집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 세계를 조밀하게 관찰하는 소설가”라는 평처럼 조갑상 소설가는 거대한 역사의 격랑 속에서 개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를 그려냅니다. 상구, 영오, 진호, 세르게이, 옥희, 현수….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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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징용자 승선 장면 (출처: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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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도항>은 앞서 말한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서사의 중심에 세웁니다.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 일본에서 귀환하던 조선인들을 싣고 부산으로 출항한 일본의 수송선으로, 선체 밑부분에서의 연속적인 폭발로 침몰했습니다. 폭발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존자들의 증언과 발견된 문서들은 일본군의 자폭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 배에 <도항>의 주인공 김상구도 승선해 있었습니다.
일찍이 도항해 나고야에서 일하던 김상구는 자신을 대신해 징집된 동생을 면회하기 위해 아오모리로 직을 옮긴 인물입니다. 김상구의 동생을 비롯해 강제 징용으로 일본 땅에 끌려온 조선인들은 해방 후 며칠만에 “모두 떠나라”는 일본의 요구에 직면합니다.
자유를 맞이했지만 또다시 강제로 배에 올라야 했던 이들을 태운 배는 아직 일본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멈춥니다. 그리고 일본인 선원들이 모두 배에서 내리고 멀어지자 굉음이 들려옵니다. 침몰로 이어진 혼돈 속에서 김상구는 가족을 다시 만나고 회사사람들의 탑승명부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 지옥에서 살아서 빠져나가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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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도항>을 설명하고 있는 조갑상 소설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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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사건의 사망자 통계는 끝내 불분명했습니다. 공식 발표와는 달리, 무명으로 승선한 수천 명이 있었고 이들의 흔적은 기록에서조차 희미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익명의 목소리들을 불러내어 오늘의 독자 앞에 세웁니다. “강제로 끌려온 것처럼, 강제로 떠밀려 보내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지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현재의 서사입니다.
또한 2016년 발견된 일본군의 비밀 문서, “지금 출항하는 배 말고는 운항을 금하라. 폭발물을 처리하라”는 명령문은 이 사건이 단순한 해난사고가 아님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오랫동안 역사적 무대에서 크게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도항>은 바로 이 ‘잊힌 역사’를 문학의 언어로 되살리고 있습니다.
<도항>은 과거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은 어떤 이름을 기억하나요? 어떤 얼굴을 잊지 않으려 하나요?” 하고요. <도항>을 읽으며 우리의 기억들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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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항
조갑상 소설집
역사와 부산을 서사화하는 소설가 조갑상의 8년 만의 신작 소설집이자 다섯 번째 소설집. 1945년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다룬 「도항」, 1972년 유신헌법 국민투표를 둘러싼 이야기 「1972년의 교육」, 형제복지원 사건을 바탕으로 그곳에서 자행된 폭력을 고발하는 「이름 석 자로 불리던 날」 등. 조갑상 소설가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사건들을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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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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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k 편집자
드디어 오랜 버킷리스트를 이루었습니다. 바로 튀르키예 여행! 어렸을 적, 집 책장 한켠에 학습만화 시리즈 ‘보물찾기’가 있었습니다. 시리즈의 새 책이 나왔을 때마다 한 권씩 모았던 기억이 있어요. 전 그중에서도 ‘터키에서 보물찾기’의 블루모스크의 모습에 반해 언젠가는 꼭 보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지난 7월, 그 꿈을 이뤘습니다. 3년 근속으로 받은 2주 유급 휴가로 8박 10일, 튀르키예 일주를 다녀왔어요. 한국의 날씨가 고온다습했다면, 튀르키예는 고온건조한 기후라 해는 뜨거웠지만 그늘은 시원해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여행을 즐겼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열기구 투어와 지중해 바다수영입니다. 열기구를 타고 일출을 보기 위해선 아주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해야 했어요. 새벽 3시 기상, 4시 출발! 평소에는 열기구가 7~80개 정도 뜨는데, 제가 탔던 날은 날씨가 좋아 135개가 떴어요. 각자의 설렘과 꿈을 안고 뜬 열기구와 그 사이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니 감동의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물론 타는 내내 조금 무섭긴 했지만요. 그리고 튀르키예 서남부에 위치한 관광도시 안탈리아의 술루아다 섬에서 하루 종일 스팟을 옮겨가며 수영하는 순간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정을 함께한 패키지 일행들과 수많은 서양인들 사이에서 파아란 바다를 떠다니며 지중해 지평선을 바라보고, 수경으로 바닷속 물고기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엄치며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튀르키예 여행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저는 강력하게 떠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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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
윤동재 시인과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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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라는 것은 ‘시시한 사람이 시시한 내용을 시시껄렁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시시한 내용을, 시시껄렁하게 하는 이야기를 따라 듣다 보면 반문이 생깁니다. ‘저 얘기는 시시한 줄 알았는데 시시껄렁한 얘기가 아니네’ 하는 것이 시인 거죠. 그 ‘아니네’가 없으면 그냥 시시껄렁한 얘기로 끝나버리는데,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아니네 하는 그 대목에서 딱 시라는 것이 탄생합니다.”
지난 8월 21일, 산지니x공간에서 윤동재 시인의 신작 시집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불교적 언어와 일상의 풍경을 잇는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평범한 순간들이 사실은 깊은 깨달음과 울림을 품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머물게 하는 시의 힘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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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국을 누비며 독자들에게 지역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한국지역도서전이 어느새 9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올해는 충북 청주시, 청주문화산업단지 일원에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개최되오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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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2회 대한민국 독서대전
김포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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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열두 번째 개최되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김포시에서 열립니다. 9월 19일 금요일부터 9월 21일 일요일까지, 김포한강중앙공원에서 열리는 김포 독서대전에서는 강연, 체험, 전시, 공연,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산지니 부스에서도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로 김포 독서대전에 방문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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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광안리 해변도서전에
산지니가 출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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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바다에서 열린 국내 첫 도서전이죠. 광안리 해변도서전이 방문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올해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2회째 개최되는 광안리 해변도서전은 9월 18일 목요일부터 23일 화요일까지 무려 6일간 개최됩니다. 부산의 출판사·책방·작가·독서 커뮤니티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창작자들까지 함께해 더욱 다채로운 만남이 펼쳐질 예정이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방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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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한국지역출판대상을 위한 천인독자를 모집합니다! D-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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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의 독자가 지역출판사와 저자에게 수여하는 상, 제9회 한국지역출판대상을 위한 독자를 모집합니다. 지역출판의 지속가능성과 가치를 위해 천인독자가 되어주세요!
더불어 올해 개최되는 한국지역도서전은 충북 청주시 청주문화제조창에서 9월 12일부터 14일, 3일간 개최되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참여대상: 지역 출판에 관심 있는 누구나 ✔ 모집기간: 2025년 8월 31일(일)까지 ✔ 참여 방법: 10,000원 이상 후원 ✔ 후원계좌: 농협 301-0327-9935-11 한국지역출판연대
▶ 천인독자 참여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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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한 장례와 애도
왜 어떤 죽음은 애도가 불가능한가
한 사람의 죽음 이후 모든 권리가 법적 가족에게 위임되는 한국사회에서 죽음과 장례의 전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하는 성소수자들. 이 책은 파트너, 친구, 동료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퀴어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제도적으로 ‘정상’으로 간주되는 장례 방식과 관계의 틀에 문제를 제기하고 폐쇄적인 혈연 중심의 한국 사회가 어떤 지점에서 애도와 삶의 권리를 박탈하는지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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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화진이 떠난 여행 속에서 보고 생각한 것을 담아낸 에세이. 여행지에서의 사소한 에피소드에 대한 글쓰기는 어느새 사적인 기록의 범위를 넘어 소설과 삶, 자신의 세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저자를 따라 낯선 곳의 사람과 풍경을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레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이 점차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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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지나치면 발견하지 못할 ‘연결과 관계’를 조명하는 이수진의 에세이집. 1장에는 소설, 영화 속 인물로부터 건져 올린 삶의 태도를, 2장에서는 자연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으로부터 이어진 사유를, 3장에서는 연결의 힘으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조금만 주위로 시선을 옮겨 보기를, 세상은 당신에게 희망을 선물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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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방울에 기대어
김명숙 지음
복잡하고 빠르게 흐르는 세상 속, 조용히 들여다본 일상의 단면들에서 길어 올린 깊은 사유와 따뜻한 통찰. 김명숙 작가의 신작 에세이 <물 한 방울에 기대어>는 “그냥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존재의 의미, 타인과의 관계, 죽음과 평온 등 삶의 중요한 질문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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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1호: 생동하는 글쓰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1호에서는 기존의 글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글쓰기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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