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70호
어느 날 AI 남편이 나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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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뉴스나 유튜브를 통해 첨단 기술을 접하며 놀라운 미래를 상상해보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은 아직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정광모 소설가의 신작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에는 뛰어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가상의 미래와, 지금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 속 누군가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집니다. 미래거나 현실이거나 소설들의 설정이 독특하고 놀랍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10년 ‘어서오십시오, 음치입니다’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광모 소설가는 소설집 <작화증 사내>, <존슨 기억 판매 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와 장편소설 <토스쿠>, <마지막 감식>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편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으로 제15회 백신애문학상을, 단편 <콜트 45>로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소설 세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2일 산지니x공간에서는 정광모 소설가와 강도희 문학평론가가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소설집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님의 집필 과정 등을 상세히 알게 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현장의 한 자락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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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집을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광모 작가님 특유의 발상이 굉장히 잘 드러나 있습니다. 수록된 7편 모두가 설정이 범상치 않아요.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와 상상할 수 없는 결론까지 이르는 그 과정들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떤 소설은 빨리 읽히고, 또 어떤 소설은 그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으며 해석해야 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마다 읽는 속도가 좀 다른 게 저는 재밌었습니다.
제목부터 되게 강렬해요. ‘멸종’이랑 ‘이혼’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첫 이혼>과 <멸종을 기록하는 방법>이라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라는 작품은 또 없거든요. 표제작 없이 새로운 제목을 지으신 건데, 이렇게 제목을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여태까지 낸 소설집은 수록된 작품 하나를 들어서 제목으로 삼았는데요. <작화증 사내>도 그렇고 <나는 장성택입니다>와 <콜트45>도 그렇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출판사 쪽에서 기존 표제작인 <첫 이혼>을 제목으로 하기에는 조금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로 지었습니다. ‘멸종’과 ‘이혼’이라 이름한 이유는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닥친 위기고 ‘이혼’은 개인의 위기죠. 그래서 종 전체와 개인의 위기가 중첩되는 지점을 연대기적으로 풀어나가는 시점과 장면들이 (소설 속에서) 결합되어 있지 않나, 이런 측면에서 그렇게 제목을 지었습니다.
작가님이 소재를 얻으시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강연하거나 또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늘 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소설이나 이런 글을 쓸 때는 발상이 최소한 50% 이상을 차지한다”입니다. 사람 몸으로 따지면 뼈대가 발상인데, 살을 붙이고 근육을 붙이는 것은 그 뒤에 하면 되지만, 뼈대가 너무 작거나 비틀려 있으면 작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상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발상을 할 때 진부한 이야기, 늘 보는 이야기, 드라마에서 보는 것들이 다 우리 주위에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손만 내밀면 마치 자기가 훌륭한 소재인 것처럼 착 감겨서 손에 들어옵니다. 이런 것들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발상을 잘해서 낯설게도 하고 새롭게 보기도 하고 비틀어보기도 해서 출발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고 저 같은 경우는 발상 이야기를 하면 꼭 하는 말이 책을 많이 읽으셔야 된다는 겁니다. 유튜브 같은 것들은 조각이 나 있는 지식이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흔히 말하는 SNS는 디지털화되어 있는 거잖아요. 0과 1로 구성되어 있는 건데 이것들은 다 조각이 나 있고 먼지와 비슷해요. 후 불면 날아가 버려요. 그래서 어떤 소재를 잡으면 그 분야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보고,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고, 브레인스토밍도 해보고, 소재나 가야 할 방향을 여러 개 써보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뼈대를 잘 잡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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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 <첫 이혼>의 발상도 독특한데요. AI 휴머노이드 로봇, 사람의 형태를 한 로봇과 결혼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서 부인이 인간인 거죠. 30년 전에 AI 남편을 구매해 결혼을 해서 진짜 부부처럼 살아온 여자의 이야기인데, 어느 날 에이든이라는 로봇 남편이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면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는 로봇권 관련 이슈들이 떠올랐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우리가 어디까지 인간처럼 써야 하는가, 인간으로 대접을 해야 하는가 등 최근의 변화를 작가님께서 어떻게 녹여낸 작품인지 궁금했어요.
제가 작품을 써야 되겠다고 한 세 줄 정도로 써놓은 메모가 500개쯤 됩니다. 그중에서 하나씩 골라서 단편도 쓰고 장편도 씁니다. 발상에 있어서 진부함을 벗어나려면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이미 나와 있는데요, 저는 이혼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첫 이혼’이 되는 거죠. 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을 때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소송은 받아들여지는 건가? 이런 생각도 했고 또 안드로이드에게는 영성이라고 하는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영성을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라고 착각하는데 그런 영성 같은 부분들도 부여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이 안드로이드 남편은 30년이 지나 힌두교의 구루처럼 자기가 그동안 봉사를 했으니까, 의무를 다했으니까 순례를 떠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아내인 벨리사는 이 AI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붙잡아두고 절대로 못 떠나게 합니다. 에이든은 나를 계약에서 풀어달라고 매일 요구하고 있고요. 양쪽이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죠. 인간 세상에서 흔히 보는 이야기죠. 그걸 안드로이드와 인간으로 치환한 건데, 그렇게 했을 때 문학적인 격리, 거리를 두고 보는 독특한 감정 이런 것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다음 작품이 <봄을 걷다>입니다.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시각장애인이 된 남성인 ‘나’는 집 안에서만 지내는데, 그런 ‘나’한테 정기적으로 찾아와 활동 지원과 자원봉사를 하는 서연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연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각자가 갖고 있는 약점을 알게 되면서 서로 공감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이 30만 명쯤 된다고 합니다. 많죠. 제가 금정산 등산이나 트레킹을 다니는데, 거기서 시각장애인 분을 봤어요. 한 분이 안내를 하고 둘이서 가는 모습을 보고, 저 두 분은 어떤 관계일까 궁금했습니다. 이 작품의 뼈대는 이 궁금증에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로 다녔던 어린이 대공원 쪽에서 남문으로 올라가 만덕고개를 지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코스가 그대로 소설에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부산을, 금정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소설을 읽으면서 여기가 어디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소설에서 부산이 나타나는 방식도 특이한 것 같아요. 만덕이나 낙동강, 영도다리 등 부산 독자라면 익숙하지만 다른 지역의 독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지명이거든요. 의도적으로 언급을 하신 건지요.
저는 소설을 써서 독자가 작품을 읽어봤을 때 가장 큰 성공이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장소에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것. 그런 생각이 드는 작품이 되면 제일 좋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많은 작품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왜 항상 수도권 중심주의로 서울 이야기만 나와야 할까요. 산과 강과 바다가 있는 부산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정말로 좋은 도시인데 생각하면서 작품에 넣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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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과 이혼의 연대기>를 통해 정광모 소설가가 펼쳐 보인 놀랍도록 다채로운 상상의 세계를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반추하는 깊은 시선부터, 기술과 인간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문제의식, 그리고 전혀 다른 속도의 삶과 감정을 담은 이야기들까지. 이 소설집은 단지 ‘읽는’ 경험을 넘어서, 우리가 속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끝으로, 정광모 소설가의 말처럼 “발상은 뼈대”입니다. 낯설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 그 뼈대 위에 지어진 독특한 세계들을 이 책을 통해 한 편씩 음미해 보시길 바랍니다.
북토크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 북토크 full 영상은 여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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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정광모 소설집
정광모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제목 중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처한 험난한 미래를 상징하고, ‘이혼’은 호모 사피엔스 개인이 처한 개인 차원에서의 위기를 나타낸다. 안드로이드, 인간, 긴꼬리족… 경계를 넘어 서로 부딪치는 존재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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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가 만난 세계>
X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정상천 역사학자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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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일! <파리의 독립운동가>, <수지가 만난 세계> 정상천 역사학자 북토크가 개최됩니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는 서영해의 신념과 역사를 정리한 책이고, <수지가 만난 세계>는 서영해의 손녀 오스트리아인 수지 왕이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책입니다. 정상천 역사학자와 함께하는 이번 북토크에서는 두 책을 바탕으로 개인사와 세계사, 가족과 국가를 교차하는 서영해의 일생을 살펴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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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산지니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합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라는 주제 아래 많은 출판사들이 독자와 직접 만나고, 책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마련합니다. 개최 일정과 산지니 부스 위치 확인하시고, 즐거운 책 축제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산지니 부스 방문도 잊지 마시고요!
✔ 일시: 6월 18일(수)~22일(일),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 장소: 서울 코엑스 홀 A, B1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 산지니 부스 위치: Hall A K-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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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바다, 부산바다도서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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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환 작가 북토크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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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부터 29일, 매주 주말 민락수변공원 일대에서 부산바다도서관이 개최됩니다. 부산바다도서관은 ‘책의 바다, 도서관’이라는 주제 아래 부산의 해변을 배경으로 열리는 독서문화축제입니다. 책과 바다,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바다에서 독서의 새로운 즐거움과 여유를 만나 보세요:)
6월 22일(일) 오후 4시, 광안리 민락수변공원 내 메인스테이지에서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이국환 교수님의 북토크가 열립니다. 이토록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읽고 쓰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읽고 쓰고 책 권하는 사람’ 이국환 교수님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북토크 예약은 6월 18일(수) 부산바다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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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한국지역출판대상을 위한
천인독자를 모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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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의 독자가 지역출판사와 저자에게 수여하는 상, 제9회 한국지역출판대상을 위한 독자를 모집합니다. 지역출판의 지속가능성과 가치를 위해 천인독자가 되어주세요!
더불어 올해 개최되는 한국지역도서전은 충북 청주시 청주문화제조창에서 9월 12일부터 14일, 3일간 개최되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참여대상: 지역 출판에 관심 있는 누구나
✔ 모집기간: 2025년 8월 31일(일)까지
✔ 참여 방법: 10,000원 이상 후원
✔ 후원계좌: 농협 301-0327-9935-11 한국지역출판연대
▶ 참여 신청은 여기를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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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형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사회의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 세대의 냉혹한 현실,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내일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인물을 포착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꿋꿋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로 하여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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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익숙한 키워드 ‘패션’을 통해 다양성과 기후위기 등 동시대 문제를 탐구하는 책. 인종, 체형, 나이, 장애, 여성, 퀴어, 환경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미의 기준과 소비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패션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갖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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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논과 밭 그리고 아파트가 함께 공존하던 ‘강남’이었다.” 수유리와 서교동을 거쳐 마침내 역삼동 개나리아파트까지! 도시탐험가가 된 서울 토박이가 들려주는 ‘당신이 몰랐던 진짜 강남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한민국을 압축해놓은 공간이자 하나의 현상이 된 강남, 그 출발점은 어디이고 어떻게 팽창해왔을까? 강남의 발전을 직접 목격한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해낸 옛 강남의 흔적과 강남을 지키던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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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情動, affect)과 젠더의 연구방법을 결합하여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젠더·어펙트 총서의 여섯 번째 책.
돌봄의 재현과 재생산,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네트워크, 담론적·물질적 장치, 지방소멸 서사, 탈식민의 정동, 그리고 산업화의 탈정동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관계망을 공고히 하는 기술과 그 균열을 촉진하며 변화를 야기하는 대안적 연결체의 역학을 분석한 글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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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1호: 생동하는 글쓰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1호에서는 기존의 글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글쓰기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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