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68호
책 한 권으로 하는 템플스테이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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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5년의 4분의 1이 지났다는 걸 믿고 싶지 않은 라온 편집자입니다. 돌아보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 것도 같고, 더없이 더디게 지나간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겨울부터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심신이 지친 분들이 많을 텐데요. 벚꽃이 지고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이 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잠시 쉬어갈 시간 아닐까요? 곧 다가올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요.
얼마 전 5월 5일, 초파일에는 전국 곳곳의 절에서 연등이 밝혀졌습니다. 초파일은 지났지만 아직 남아 있는 연등도 볼 겸 절에 들러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절에 가기 어려우시다면, 오늘 소개할 시집을 통해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1982년 <현대문학> 시 추천을 마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윤동재 시인은 여러 시집과 동시집을 펴냈습니다. 그중 시 그림책 <영이의 비닐우산>은 브라질,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 번역되어 전 세계 어린아이들과 만났습니다. 동시를 쓰고 깁고 다듬는 일을 사랑하는 시인답게, 윤동재 시인의 시는 읽는 사람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 시인이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테마를 가진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는 윤동재 시인이 절집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풀어낸 시집입니다. 이른바 ‘절집 몽유기행시’인데요. 시집에 수록된 70편의 시 중 대다수가 한국 각지의 절을 배경으로 합니다. 서울 진관사, 영주 부석사, 영암 도갑사 등 절집의 풍경과 그곳에서 길어 올린 사유는 마치 템플스테이를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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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절과 불교를 다룬 시라니 어렵거나 멀게 느껴지시나요?
윤동재 시인의 시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흘러갑니다. 난해한 단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채워져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슬며시’, ‘넌지시’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데요. 불교가 본래 스스로 깨닫는 길을 가는 철학이자 종교이듯이, 시인의 시도 그렇습니다. 가르치거나 이치를 강요하지 않고 넌지시 깨닫게 합니다. 시집의 해설을 쓴 정천구 박사는 이를 ‘불교(佛敎)답게 가르치지 않는 불교시(不敎詩)’라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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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어느 절에 갔더니 밥이 맛있더라
강원도 어느 절에 갔더니 김치가 맛있더라
경상도 어느 절에 갔더니 된장이 맛있더라
전라도 어느 절에 갔더니 콩나물이 맛있더라
충청도 어느 절에 갔더니 물맛이 좋더라
경주 할매 60년 동안 전국 절집을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 다녀보았다는데
신기하게도
부처님 말씀이나 스님네 법문 이야기는 안 하지요
경주 할매 좋은 말씀 좋은 이야기는
차고 넘치는데
그런 거 몰라도
오손도손 잘 살면
그게 제일이라 하지요
_<절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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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여는 시, <절집>의 일부입니다.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경주 할매는 전국의 절집을 다니며 절집을 먹여 살립니다. 할머니의 가족도, 절의 스님도 할머니가 겨우 절 살림만 보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할머니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철학합니다.
절집이라고 다 같은 절집이 아니고, 절마다 다른 색깔과 다른 멋이 있다는 것을 경주 할매는 맛으로써 표현합니다. 거기다 교리니 이치니 “그런 거 몰라도” “오손도손 잘 살면 그게 제일”이라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경주 할매가 절을 다니며 스스로 얻은 삶의 지혜이자, 오래도록 자기만의 방식으로 깨달아온 진리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진리를 시인은 우리에게 넌지시 건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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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에는 절과 불교라는 테두리를 넘어선 것들도 가득합니다. 요리학원에 다니는 인현왕후, 해인사 백련암을 찾은 성 베드로, 마곡사에서 맨손체조를 하는 백범 김구 선생, 심지어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까지! 국경과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시인의 상상력은, 독자들에게 친숙한 인물들을 시 속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하여 다양한 독자들이 불교와 만날 수 있도록 문을 뚫어 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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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건축가 가우디가 부안 내소사를 찾았지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왔다며
내소사 부처님을 뵙겠다고 했지요
내소사 부처님이 바쁜 가운데서도 어찌어찌 틈을 내어 가우디를 만나주었더니
가우디는 내소사 부처님에게 대뜸
내소사 대웅보전 창호 문양을 베껴다가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을 짓는 데 쓰고 싶다고 했지요
_<내소사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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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가우디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내소사의 고유한 특징과 아름다움도 잘 전해집니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 문살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물씬 풍기는, 우리나라 장식무늬의 극치입니다. 내소사에 방문하실 계획이 있다면, 이 시를 꼭 한번 떠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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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관촉사의 은진미륵, 정암사의 열목어 떼, 구룡사의 은행나무, 보광사의 향나무 등등섬세한 시인의 눈이 포착한 각 절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시 속에 녹아 있습니다. 이미 가본 절이라면 그리움을, 아직 가보지 못한 절이라면 마치 다녀온 듯한 경험을 선물할 것입니다.
불교를 잘 몰라도, 절에 관심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 같은 시집,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와 함께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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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
산지니시인선 24
윤동재 시집
윤동재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들려주듯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가 절집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시로 풀어냈다. 이른바 ‘절집 몽유기행시’이다. 시집에 수록된 70편의 시 중 대다수는 한국 각지의 절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 진관사, 영주 부석사, 영암 도갑사 등 절집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유는 독자들에게 마치 템플스테이를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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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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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편집자
오늘은 제가 푹 빠진, 심심할 때 하기 좋은 게임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꼬맨틀’이라는 게임입니다! 매일 자정이 되면 그날의 단어가 하나씩 생성되는데, 그 단어가 무엇일지 추리해 가는 게임으로, 한때 산지니 편집자들 사이에서도 핫했던 게임이랍니다. 게임 방법은 꽤 단순한데요. 무작위로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 입력하면 프로그램에서 그날의 단어와의 유사도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산지니’가 그날의 단어일 경우, ‘날다’, ‘매’ 등을 입력했을 때 그 유사도가 높게 나오는 것입니다. 유사도를 힌트 삼아 조금씩 단어를 변형해 입력하다 보면 어느새 위 사진과 같은 창이 뜨며 오늘의 단어를 맞출 수 있답니다!
무척이나 심심할 때, 또는 잠시 의식의 환기가 필요할 때 저는 꼬맨틀에 접속해 단어 몇 개를 넣어보는데요. 놀고 있지만 왠지 공부하는 것 같기도 한, 양심에 찔리지 않는 게임이랍니다 하하… 과연 오늘의 단어는 무엇일까요? 산지니 독자 여러분들도 심심할 때 한 번씩 들어가 참여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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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연극하다>
시민도서관 작가릴레이 북토크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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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5월, 부산시민도서관에서 열리는 릴레이북토크에서 지역 창작극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정경환 극작가와의 만남이 있을 예정입니다!
부산의 역사를 무대 위로 재탄생시킨 정경환 극작가가 들려주는 부산에서의 극단 생존기와 희곡 작가로서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셔요:)
🌊 일시|05.21(수) 19:00 ~ 20:30 🌊 신청기간|04.30(수) 10:00 ~ 05.16(금) 23:59 🌊 장소|부산시민도서관 강의실 2 🌊 모집인원|선착순 30명 🌊 신청방법|선착순 온라인 신청(전화 신청 가능)
▶ 신청하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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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정광모 소설가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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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모 소설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와 함께하는 북토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소설집에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 7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문학/사상 편집위원인 강도희 문학평론가와 함께 새로운 소설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정광모 소설가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니, 여러분의 많은 참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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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알라딘 북펀드 D-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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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출간 예정인 <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알라딘 북펀드가 내일 마감됩니다. 북펀드 참여 시 <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도서 1부와 초판 1쇄에 후원자 명단이 인쇄되고, 펀딩 목표 금액 달성시 알라딘 마일리지 적립 등의 혜택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패션을 중심으로 젠더, 퀴어, 소수자,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고찰해볼 수 있답니다.
북펀드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 서두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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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의 독자가 지역출판사와 저자에게 수여하는 상, 제9회 한국지역출판대상을 위한 독자를 모집합니다. 지역출판의 지속가능성과 가치를 위해 천인독자가 되어주세요!
더불어 올해 개최되는 한국지역도서전은 충북 청주시 청주문화제조창에서 9월 12일부터 14일, 3일간 개최되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참여대상: 지역 출판에 관심 있는 누구나
✔ 모집기간: 2025년 8월 31일(일)까지
✔ 참여 방법: 10,000원 이상 후원
✔ 후원계좌: 농협 301-0327-9935-11 한국지역출판연대
▶ 참여 신청은 여기를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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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경찰관 소진기의 두 번째 에세이집. 가족과 친구, 세월의 흐름, 그리고 경찰이라는 직업까지 익숙한 일상 속 풍경들을 철학과 문학, 음악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다. 날카롭고 간결한 문장 속에 담긴 깊은 사유는, 주어진 운명 속에서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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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에서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양민주 작가의 세 번째 수필집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가족을 향한 애틋함,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 등을 써내려간 서른네 편의 작품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담아냈다. 30여 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김해에 고서화를 전시하는 갤러리를 연 저자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지금껏 자신을 만든 시간을 돌아본다. 저자와 긴 세월 인연을 맺은 성선경 시인의 발문은 작가의 수필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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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모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제목 중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처한 험난한 미래를 상징하고, ‘이혼’은 호모 사피엔스 개인이 처한 개인 차원에서의 위기를 나타낸다. 안드로이드, 인간, 긴꼬리족… 경계를 넘어 서로 부딪치는 존재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모았다. 판타지와 현실이 어울려 만들어낸 또 다른 현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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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0호: 대양적 전환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0호에서는 한국문학을 대양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사유하고 설명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담긴 글들을 실었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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