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67호
페미니즘과 함께 존재하고 투쟁하는 남초 작업장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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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편집자 초록입니다.
지난주 여성가족부가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를 발표했습니다. 이 지수는 우리나라 성평등의 수준을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인데요. 2022년의 성평등지수가 66.2점이었던 데 반해, 2023년의 성평등지수는 65.4점으로, 매년 상승하던 지수가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저는 세부 영역 중 ‘고용’과 ‘의사결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용 부문의 성평등 수준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의사결정 부문에서는 그 정도가 크게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수치는 제가 오늘 소개할 도서와도 큰 연관을 가집니다. 오늘은 출간 이후 독자분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업장의 페미니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작업장’은 어디일까요. 저자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현경 저자는 30년 넘게 지하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이자 노동조합의 활동가입니다. 철도 현장은 자동차 공장, 건설, 물류와 같이 어딘가 위험하고 거친 이미지를 주는 곳이죠. 여성 노동자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곳에서 여성들은 소수자로서 어떻게 하루하루 살아남고 있을까요? 저자는 자신과 같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여성들이 궁금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가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석사논문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저는 평소 인터뷰집 읽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인터뷰를 읽을 땐 어떤 주제에 대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고, 개인의 경험과 함께 사회 문제를 접할 때 그 문제가 더욱 나의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석사논문을 처음 읽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남성 중심 사업장의 여성들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어서 이 이야기를 꼭 책으로 묶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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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 사업장에서 여성들은 소수자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수인 남성을 위주로 작업장의 공간이 구성되고, 그곳에서의 일도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여성을 위한 작업복 또한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요. 저자가 인터뷰한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남성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부여받고는 했습니다. 남성 노동자들은 여성이 자신들의 사업장에 들어오는 것을 ‘침입’으로 여긴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남성처럼 행동하고 남성처럼 사고하기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저자 또한 한때 자신의 여성성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치부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남성 중심적 질서는 노동조합에도 동일하게 반영되는데, 노동조합의 권력구조, 운영 방식, 문화 전반에서 여성의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여성 활동가는 여성사업에만 참여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제한받기도 합니다. 원고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여성이 다수인 의료나 교육현장에서도 노동조합은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스레터의 도입에서 말씀드린 ‘의사결정’의 불평등이 생각나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만난 여성활동가들은 페미니즘을 통해 노동 현장의 가부장적 구조를 깨닫고, 여성 노동자로서의 주체성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작업장과 노동조합 내부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도 대중화되면서 점점 많은 여성활동가가 페미니즘을 학습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여성들이 사업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활동가로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에게 큰 울림을 준 여성활동가들의 말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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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렇게 의욕 넘치는 친구들이, 이런 제도적인 문제나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활동가들에 대한 고정관념 이런 것 때문에 제풀에 지가 쓰러져가지고 활동 안 한다고 해버릴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죠. 그래서 맨날 다독이잖아, 지치면 안 된다고. ‘우리가 먼저 진짜 포기하면 우리가 지는 거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같이 가자, 같이 가자’ 이런 거죠.”
“여성 조합원들에게 든든한 곁이 되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손 내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활동의 영역을 확보하고 확장해서 (여성 조합원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가 나의 일로 나댄다는 말을 듣고 존재감을 보여주고 나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을 떠난 나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나다.”
“그러니까 여성 노동자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이게 하는 것… 우리 조합원들을 드러나게 하고 자기 존재를 알게 하고 ‘나는 싸우면서 사는 여성 노동자야, 우리는 서로 연대하면서 투쟁하면서 사는 게 즐겁고 행복해’ 이것을 이론으로 만들고 그것을 증언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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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책에는 더욱 깊고 다채로운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여성활동가들이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어떻게 남성 중심 작업장과 노동조합의 문화를 바꿔나가는지, 어떻게 서로를 도우며 살아남고 있는지 그 변화의 모습을 읽는 자체로 몹시 힘을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제가 느낀 감동과 희망을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담당 편집자로서 <작업장의 페미니즘>은 저에게도 남다른 책입니다. 이 책이 바로 이현경 저자의 첫 책이기 때문인데요. 한 번도 책을 출간해본 적 없는 저자와 협업하는 것은 제게도 처음이라 긴장이 컸습니다. 처음의 소중함과 무게를 잘 알고 있기에 저자에게 출간을 제안하고 책이 나오기까지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원고가 지닌 가치를 책에 더 잘 녹여내기 위해 늘 고민했습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논문 형식의 글이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이 가장 까다로운 지점이었는데, 저자가 글을 한 편씩 완성해 보내오면 퇴고 방향과 수정사항을 다시 저자에게 제안하는 방식으로 집필과 편집이 이루어졌습니다.
노동자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하지만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 여성 노동자들, 불평등한 노동조건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성활동가들의 빛나는 성취를 담은 <작업장의 페미니즘>. 성비에 관계없이 모든 작업장에서 성평등을 이루어서 이러한 책을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는 것이 결국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책을 만들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한 목표를 갖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며, ‘들어가며’에 실린 저자의 말로 오늘의 뉴스레터를 마치겠습니다.
“나의 위치와 조건을 돌아보고 성찰로 이끌어준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다. 내가 남성활동가와 다르지 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들보다 못할 게 없음을, 여성성을 부정한 것은 결국은 남성성 뒤에 숨고자 하는 비겁한 행동이었음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노동자이고 여성인, 여성 노동자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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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의 페미니즘
이현경 지음
‘남초’ 사업장에서 소수자로 존재하는 여성 노동자들. 남초 작업장과 노동조합에서 여성들은 어떤 조건에 놓여 있으며 어떤 갈등과 충돌을 극복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까. 남성 다수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활동가들이 노동 현장의 가부장적 구조를 인식하고, 그 속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해석해나가는 과정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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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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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편집자
안녕하세요, 신입 독수리 편집자 인사드립니다🦅
지난 3월 29일, 광안리 포디움 다이브에서 열린 <독일 현대미술 거장 展: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에 다녀왔는데요. 미루고 미루다 전시 마감 하루 전에 겨우 다녀왔습니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보는 건 좋아합니다. 특히 해석의 가능성이 크거나 화려한 색감을 많이 쓴 작품을 보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크리스토프의 작품들이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했습니다!
전시 관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공유해볼게요. 아래 첨부한 사진의 작품을 보던 때였어요. 어떤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나는 가방 찾았어.” 엄마는 답했어요. “아니, 저건 가방이 아니라 의자야.” 그리고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크리스토프의 메시지는 “나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사람들이 보는 것이 저마다 달라 모순이 생길수록 더 좋다”였습니다.
포디움 다이브 지하 1층은 카페, 지하 2층은 갤러리, 지하 3층은 서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개방감 있는 인테리어가 멋있고 공간이 알차요. 무엇보다 저는 이 건물만큼 좋은 화장실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백화점 화장실보다 더 고급스러워요. 1인 1변기, 1세면대라면 말 다 했죠? 독자 여러분께 나들이 장소로 강력 추천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Auf Wiederse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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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살아가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 <re, 셸리>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제10회 수림문학상 수상자 이정연 작가의 새로운 장편소설 <re, 셸리>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서평단에 도전해보세요!
📌신청기간 : 4월 22일(화)~4월 28일(월)
📌당첨자 발표 : 4월 29일(화)
📌모집인원 : 20명(당첨자 개별 안내 및 발송)
📌서평 마감기한 : 5월 1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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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알라딘 북펀드 오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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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출간 예정인 <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북펀드가 알라딘에 오픈되었습니다. 북펀드 참여 시 <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도서 1부와 초판 1쇄에 후원자 명단이 인쇄되고, 펀딩 목표 금액 달성시 알라딘 마일리지 적립 등의 혜택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패션을 중심으로 젠더, 퀴어, 소수자,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고찰해볼 수 있답니다. 자세한 내용 및 북펀드 참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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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슴속 고래는 안녕하신가요
_<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 정일근 시인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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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열린 북토크에서는 고래를 사랑하는 정일근 시인의 40년간 고래와의 우정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집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에 수록된 시들을 정일근 시인을 비롯하여 참석해 주신 분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었는데요. 북토크 현장에서의 시들은 혼자 읽을 때보다 슬프기도 했고, 문득 세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토크 참석자만이 누릴 수 있었던 고래귀 뼈 만지기! 여러모로 고래의 다양한 모습을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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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상디에 지음 | 박선영 옮김
인류의 역사는 거대한 서사시와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바로 최초의 사건들이다. 이 책은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지금의 인간을 형성한 중요한 사건들을 30개의 키워드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초기 인류 사회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바로잡고,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조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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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과 영국군의
1941 말라야 전쟁
라페 라흐마트, 하이릴 아누아르 아킬 지음 | 정상천 옮김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말레이 반도에서 벌어진 두 제국의 격돌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군사 역사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두 저자는 당시 일본군과 영국군의 군사력과 전략을 분석하고, 날짜별로 전쟁의 흐름을 정리하여 보다 구체적인 전황을 보여주며 일본군이 영국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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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경찰관 소진기의 두 번째 에세이집. 가족과 친구, 세월의 흐름, 그리고 경찰이라는 직업까지 익숙한 일상 속 풍경들을 철학과 문학, 음악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다. 날카롭고 간결한 문장 속에 담긴 깊은 사유는, 주어진 운명 속에서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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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0호: 대양적 전환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0호에서는 한국문학을 대양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사유하고 설명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담긴 글들을 실었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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