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66호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흥미로운 나라,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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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올해 해외로 떠날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해에 장기 휴가가 생겨서, 어디로 떠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이 나라 저 나라 다 가고 싶지만, 결국 지갑 사정에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겠지요… 그래도 마음속 1순위 국가는 정해져 있어요. 바로, ‘네덜란드’입니다.
사실 그동안 네덜란드는 스위스 같은 인기 여행지에 밀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 <살아보니, 네덜란드>를 편집하며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살아보니, 네덜란드>를 쓴 유신영 작가는 20대와 30대의 대부분을 네덜란드에서 보냈고, 10년 넘게 그곳에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네덜란드의 독특한 문화가 공기처럼 익숙해졌지만, 돌이켜보면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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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의 변화를 돌아보면 이제는 공기처럼 익숙해진 이곳의 독특한 문화가 새삼스레 느껴진다. 사소한 예로는, 처음에 출근할 때는 검은색 스틸레토를 신고 지하철을 타고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다가, 언젠가부터 운동화를 신고 자전거를 타고 노트북은 회사 사물함에 넣어두고 다니게 되었다. 일을 위해 어디로든 떠났던 내가 출장을 꺼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주 1회 근무를 거쳐 지금은 육아를 위해 직장을 쉬고 있다. 에둘러서 말하는 공손함은 다시 배워야 할 것처럼 네덜란드식 직설화법에 물들었고 외식할 때 나눠 먹기는 싫어졌다. 짠돌이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돈 한 푼 쓸 때마다 비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_머리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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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랜 시간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네덜란드의 진짜 모습을 포착했고, 책 안에 그것을 촘촘히 담았습니다. 튤립이나 풍차, 대마초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생활인으로서 느낀 네덜란드를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살아보니, 네덜란드>를 통해 이 흥미로운 나라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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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서스한스의 잔강(Zaan)을 따라 늘어서 있는 다양한 형태의 네덜란드 주택들
(출처: 네덜란드 여행을 다녀온 산지니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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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다 그렇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참 어렵습니다. 저자는 네덜란드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흥미로운 나라”라고 표현했는데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더치페이로 유명한 만큼 직장동료들과 10원도 나눠 낼 만큼 계산적으로 보이다가도, 생일을 기억해 편지를 써주는 면에서 다정함이 느껴집니다. 뼛속까지 개인주의자들이지만 길에서 누가 넘어지면 우르르 몰려와 도와주기도 하죠. 물론 더치페이라는 말이 쏙 들어가게 후하게 대접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네덜란드에서 만난 모든 이들은 저자에게 네덜란드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창이 되어 주었습니다.
1장 ‘네덜란드 사람들은 왜 그럴까?’에서는 저자가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이곳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생활습관 등을 소개합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는 인사말 “잘 부탁드립니다”가 네덜란드어로는 번역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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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신기했다. 우리가 흔히 인사말로 하는 ‘잘 부탁드려요’가 얼마나 우리 정서에서 우러나온 말인지 그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영어나 네덜란드어로 번역도 어렵다. 네덜란드에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선물을 주면서 누군가한테 “잘 부탁드려요” 하는 건, 정말 이상하게 보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부나 아첨 아닌가? 뭐랄까, 합리주의 사회다 보니 개인이 잘하면 잘하는 거고, 다른 사람이 그걸 부탁받고 인정해 줄 일은 아닌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 처음 출근한 날 ‘잘 부탁한다’는 건, 개인의 능력에 대한 부정이자, 타인의 인정에 대한 이유 없는 과도한 기대, 그리고 그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걸 함의한 것처럼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차를 운전하는 것도, 나는 내 앞길 조심하고, 다른 사람도 자기 앞길 조심해야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초보니 좀 봐주세요, 조심해주세요’ 하는 건 타인에 대한 기대이자 불합리한 요구처럼 들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알아서(독립적으로), 잘(자신감 있게) 해야지, 다른 사람의 양해를 구할 일은 아니다. 각자의 인생인 걸 내 앞길이나 잘 챙기자, 누가 날 더 봐줄 거라 생각하지 말자, 이런 가치관이 초보운전 딱지에 관한 대화에서 느껴졌다.
_1장 ‘네덜란드 사람들은 왜 그럴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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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사말 하나에도 그 사회의 가치관이 담긴다는 점이 참 흥미롭죠. 스스로를 책임지는 게 기본이 되는 사회. 어쩌면 “잘 부탁드립니다”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타인의 인정에 기대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렇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나 혼자 잘한다고 나 혼자 일을 빠르게 해낸다고 만사가 능통해지는 건 아니더군요. 동료들과 잘 소통하며 때로는 잘 부탁하며 발을 맞춰나가야 할 때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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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영 작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두 아이를 네덜란드에서 낳고 키우며, 한국과는 전혀 다른 육아 문화를 체감했습니다. 3장 ‘네덜란드 아이들은 왜 행복할까?’에서 저자는 네덜란드와 한국의 교육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를 담아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육아를 하며 저자는 자신이 자라온 과정을 돌아보았고,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고민을 하며 삶에 대한 가치관 또한 고민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인공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자기 집 욕조에서 출산하는 수중분만도 자주 있고, 한국처럼 출산 전에 하는 여러 검사(양수량, 골반 크기 대비 아기 머리 크기 등)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치원~초등학교에 해당되는 바시스 스콜은 8년 내내 숙제가 없고 방학도 일 년에 네 번이나 됩니다. 경쟁보다는 아이들의 개성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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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견주는 이유는 남보다 더 뒤처지나, 더 잘났나 비교하기 위해서 아닐까. 정해진 성공의 공식을 따라 자식이 크기를 원하다 보니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지. 남편과 학창 시절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유모차를 끌며 산책하는데 시기적절하게 이런 현수막이 붙어 있다. “모든 아이가 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지 않습니다. 당신 아이들에게 손을 써서 일하는 것과 멋진 것을 짓는 게 괜찮은 거라고 가르치세요.” 건설사의 광고였다. 이곳도 건설 용역을 하려는 사람이 적은지, 이렇게 현수막도 걸어둔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자식인 만큼 욕심이 나는 게 부모 마음인가 싶다. 그래도 개개인의 특별함이 이렇게 중요한 네덜란드니, 나도 아이만의 고유성에 집중하려고 해본다. 네덜란드 아이들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비교가 터부시되어서일지 모르니.
_3장 ‘네덜란드 아이들은 왜 행복할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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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을 읽으며 네덜란드의 육아는 한국보다 심플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최선의, 최고의 것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한국에는 자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한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살아보니, 네덜란드>는 무작정 네덜란드를 이상화하거나 비판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그저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합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네덜란드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네덜란드를 알고 싶다면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면, <살아보니 네덜란드>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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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네덜란드
유신영 지음
풍차와 튤립의 나라 그리고 더치페이 문화로 알려진 네덜란드. 하지만 우리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진짜 일상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12년부터 네덜란드에서 살아오며 직장, 육아, 소비, 인간관계 등 일상 속에서 발견한 네덜란드의 진짜 모습을 담아냈다.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의 시선으로, 우리가 몰랐던 네덜란드의 생활 방식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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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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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편집자
안녕하세요, 신입 편집자 커트입니다.
어떻게 하면 산지니 독자분들께 최고 멋지고 다정하고 명랑한 첫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쉽지 않네요. 아직 모르는 것도 많아 하루에 ‘팀장님’을 열 번 넘게 외치곤 한답니다.
저는 요즘 출퇴근길 피어 있는 꽃을 보고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얼마 전엔 회사 앞에 있는 아직 덜 핀 목련을 보고서 ‘희고 커다란 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꽃들은 자신의 중심을 시원하게 내보이고 있는 반면에, 목련은 커다란 잎으로 자신의 중심을 감싸고 묵묵히 바깥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달까요.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세상의 소리를 다 빨아들일 것 같은 고요함이 참 매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목련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이번 해의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하하. 어색하네요. 여러분들과 조금은 친해지고픈 마음에서 이렇게 두서없이 제 이야기를 막 해봤는데요. 다음번엔 알차게 시집 추천을 해드리겠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p.s. 제 닉네임 ‘커트’는 <제5도살장>으로 유명한 작가 ‘커트 보니것’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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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
정일근 시인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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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4월, 등단 40주년을 맞아 ‘고래 시집’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를 출간한 정일근 시인의 북토크가 열립니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문학 생활 40년 동안 써내려간 고래 시를 한데 모으고 새롭게 쓴 고래 시 10여 편을 수록하였습니다. 정일근 시인의 첫 번째 시집에서부터 등장하는 고래는 40년 동안 시인을 계속해서 따라다녔습니다. 시집을 통해 고래와의 인연, 고래에 대한 감사와 존경,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는 시인의 마음을 북토크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뜻깊은 시간이 되실 거예요.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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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셸리
이정연 장편소설
제10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이정연 소설가의 장편소설. ‘지홍’은 가까스로 대기업에 입사하지만 9년째 대리 직급에 머물러 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몇 년째 중요한 업무는 맡지 못한 채, 팀장 ‘재욱’의 잡다한 일을 처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검진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대학교 동기인 ‘승훈’을 우연히 만난다. 십여 년 만에 ‘승훈’과 마주한 순간 기억 저편으로 묻어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그날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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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시인선 024
윤동재 시집
윤동재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들려주듯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가 절집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시로 풀어냈다. 이른바 ‘절집 몽유기행시’이다. 시집에 수록된 70편의 시 중 대다수는 한국 각지의 절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 진관사, 영주 부석사, 영암 도갑사 등 절집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유는 독자들에게 마치 템플스테이를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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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상디에 지음 | 박선영 옮김
인류의 역사는 거대한 서사시와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바로 최초의 사건들이다. 이 책은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지금의 인간을 형성한 중요한 사건들을 30개의 키워드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초기 인류 사회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바로잡고,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조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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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과 영국군의
1941 말라야 전쟁
라페 라흐마트, 하이릴 아누아르 아킬 지음 | 정상천 옮김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말레이 반도에서 벌어진 두 제국의 격돌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군사 역사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두 저자는 당시 일본군과 영국군의 군사력과 전략을 분석하고, 날짜별로 전쟁의 흐름을 정리하여 보다 구체적인 전황을 보여주며 일본군이 영국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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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0호: 대양적 전환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0호에서는 한국문학을 대양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사유하고 설명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담긴 글들을 실었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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