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샤이닝>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이 정체성 탐색과 연결되는 부분이 인상적인데요. 여기에는 오랜 기간 한국어 교육을 하신 작가님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연결을 깨달았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야구장에서 다니엘이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걸 보며, “대한사람을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미자가 의문을 품는 장면이 소설에 나오는데요 이 에피소드는 미역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출발했어요.
오래전, 미국에서 한국 입양가족과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이었어요. 어머니가 ‘미역 샐러드’를 주문하는데 미역 샐러드가 도대체 뭘 지칭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알고 보니 미역 무침이었어요. 식초와 설탕을 듬뿍 넣은 차가운 반찬이었죠. 열 살쯤 된 아이는 미역 샐러드를 쉬지 않고 흡입하는 거예요. 사실 미끄덩한 느낌 때문에 미역을 싫어하는 미국인들이 많거든요. 아이는 이 식당에서 서비스로 제공한 미역 샐러드를 맛보고 반해 이 음식을 정식 메뉴로 올리라고 제안까지 했대요. 그리고 이후 사장님은 미역 샐러드를 메뉴에 올렸고요. 아이는 미역 한 접시 비우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가 그러는데,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미역을 좋아하는 거래.”
이 아이가 이토록 미역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미역은 아이에게 스스로 한국인임을 느끼게 하는, 자꾸만 미끄러지면서도 입에 들어가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소설의 시작은 <드림캠프>입니다. <드림캠프>는 해외 청소년을 한국으로 초대하여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참가자가 만나고 싶은 사람(드림맨)을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소설 속 아이들은 드림맨을 만나며 과거를 떠올리기도,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의 드림맨은 누구인가요?
소설 속 글로벌 기업인인 ‘신수리’ 같은 인물입니다. 저는 국가나 기업에서 청소년을 위한 <드림캠프>를 지원,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단 해외 거주 한국어 학습자로 통용되는 학습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프로그램으로요. 소설에서도 원래 <드림캠프>는 한국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작했거든요. 특히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드림맨을 찾아주는 <드림캠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인간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믿거든요. 그 축복이야말로 일명 행복추구권이 아닐까요? 우리 삶의 터전에서 행복추구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 준 소중한 인물들과의 진정한 교류의 장을 특히 청소년들을 위해 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드림캠프>를 지원, 운영을 결정한 분이 계시다면 그분께 구체적인 <드림캠프> 운영계획안을 보고하고, 또 실무를 맡아 진행하는 것이 저의 ‘드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 저 또한 누군가의 ‘드림맨’이 된다면 더없는 영광이기도 하고요.
미자, 다니엘, 이링, 소피는 <드림캠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쌓아갑니다. 네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 때문에 갈등도 겪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하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소설을 쓰면서 특히 애착이 가거나, 가장 공감했던 캐릭터가 있었나요? 혹은 집필하면서 ‘이 아이는 정말 매력적이다!’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다니엘, 미자, 소피, 이링 모두 애착이 가고, 너무 오래 함께했던 아이들이라 제가 실제로 키운 자녀들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제 자녀를 사회로 내보낸 기분이랄까요? 이 아이들과 함께하며 저도 필요 이상 진지해지고 무거워질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제 등짝을 쳐주며 기분을 가볍게 해준 친구가 바로 소피예요. 아이들이 그룹 유니온과 함께 댄스를 배우고 나서 함께 피자를 먹는 장면에서 출신에 대해 고민하는 다니엘을 향해 소피가, “야, 그딴 거 생각할 시간에 피자 하나라도 더 먹어”라고 말하죠.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밥이나 먹으라는 소피의 조언은 저에게도 필요한 말이었거든요.
전작 <살아보니 대만>은 대만살이를 담은 에세이였습니다. 이번 작품은 소설이고요. 두 책 간의 글쓰기가 상당히 달랐을 것 같은데요. 이번 작품을 집필하면서 가장 크게 체감한 글쓰기 방식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저는 솔직한 편인데요, 에세이에서는 저의 솔직함이 글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소설에서는 제 감정과 작중 인물 사이에 거리두기가 필요하죠. 종종 그 감정 조절이 어려웠어요. 그런 지점에는 동료 작가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청소년 문학을 계속해서 쓸 계획이 있으신가요? 혹시 차기작에 대한 구상을 들을 수 있을까요?
사실 장편소설이 한 편 더 있어요. <지금 바로 샤이닝>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소피의 에피소드예요. 소피가 대만 출신 미국인과 대만에서 결혼식을 하는 사건이 주축이 되어 그들 사이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인데요. 올해 안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씀 전해주세요.
제 첫 소설책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책을 읽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들려 주세요! 여러분도 다니엘, 미자, 소피, 이링처럼 인생의 ‘드림맨’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