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62호
영도다리 아래에서 위로받은 피난민들의 이야기
<부산을 연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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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보지만, 연극을 본 기억은 손에 꼽습니다. 서울 여행 일정 중 들렀던 혜화동 대학로에서 관람했던 연극 <비누향기>가 기억에 남네요. 극 마지막에는 같이 갔던 친구와 함께 펑펑 울었습니다ㅎㅎ
생각해 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벗어나면 다양한 연극을 관람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학창 시절을 보낸 거제도에서는 연극을 보러 간 일이 전혀 없었고, 대학 시절을 보낸 부산에서도 남포동 BIFF거리에서 연극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던 사람들을 지나갈 뿐 관심 있게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에게 부산에서 공연되는 연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극단과 연출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책이 있었으니, 바로 <춤추는 소나무>입니다. 이 책의 작가인 정경환 연출가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극단 자유바다의 예술감독으로, 창작극 위주로 공연을 하는 이 극단에서 30여 년간 70여 편의 작품을 창작하여 지역 창작극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그의 세 번째 희곡집 <부산을 연극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희곡집에 실린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는데요, 바로 ‘부산의 역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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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연극하다> 표지에 삽입된 점바치골목 풍경 그림 ⓒ권문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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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속의 장소가 어디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부산을 연극하다> 표지에도 있는 이 그림은 영도다리 아래 점바치 골목 풍경입니다. 희곡집 첫 번째 작품 ‘영도다리 점바치’의 배경이 바로 이 점바치 골목입니다. ‘점바치’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점바치’는 ‘점쟁이’의 방언입니다.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영도다리 위에서 헤어진 가족들의 안부를 점쟁이에게 물었고, 이를 계기로 다리 아래에 피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점집 골목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점쟁이들이 모여 있던 골목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했던 저는 남포동 자갈치 시장을 구경할 겸 점바치 골목을 찾아 나섰습니다. 분명 지도에는 ‘점바치 골목’이 표시되어 있는데, 아무리 주변을 돌아보아도 위의 그림과 비슷한 장소가 보이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하니 지금은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려던 찰나, 저의 앞에 기록관이 나타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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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바치골목기록관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고, 바로 옆의 중구관광홍보관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기록관에는 점바치골목의 역사가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점집들이 처음에는 노점상으로 모였다가 점차 판잣집 형태를 갖추었고, 피난민들이 한창 많이 찾았을 때는 점집이 50곳 이상이었다고 하네요.
바로 앞의 영도대교는 1934년에 개통하여 도개하다가 1966년 인구가 증가하며 교통량이 증가함에 따라 도개를 중단하였고,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다리는 2013년에 복원공사가 완료되어 다시 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도대교 도개 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15분간 진행된다고 하니 부산 여행 일정 중 남포동에 들린다면 도개 행사를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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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부산을 연극하다>의 작품들은 과거 부산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황금음악다방’은 광복 직후 해외로 떠난 예술인들이 부산 광복동으로 돌아와 다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예술 활동을 하며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서로 위로해주던 역사를 사투리와 함께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극에 등장하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 유행했던 음악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독자들의 향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부산의 기장군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명정의숙’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민중, 여성이 나서야 함을 알고 이를 실천했던 사립 교육 기관 명정의숙의 역사를 연극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한 작품입니다. 기장군의 옛 이름 ‘차성’을 본따 개최되고 있는 차성문화제에서 대표 주제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철마장군을 불러라!’는 기장의 옛 설화인 ‘철마장군’ 이야기를 연극,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여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처럼 정경환 작가와 극단 자유바다는 현재도 부산에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며 지역 연극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희곡집 <부산을 연극하다>는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산의 역사를 독특한 인물 설정과 사투리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품들을 수록하여 부산 역사를 문학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오늘 산지니 소식을 통해 부산의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된 독자분들께서는 <부산을 연극하다>와 함께 부산의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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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연극하다>
정경환 희곡집
예술문화총서 12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 극작가이자 극단 자유바다의 연출가인 정경환의 세 번째 희곡집. 이번 희곡집에는 정경환 작가의 다양한 작품 중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네 편의 작품 「영도다리 점바치」, 「황금음악다방」, 「철마장군을 불러라!」, 「명정의숙」을 수록하였다.
정경환 작가는 오랜 시간 부산에 머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부산의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 속에서 사라져 가는 낭만과 감성을 연극을 통해 남기고자 하였다. 그는 『부산을 연극하다』를 통해 부산의 역사를 무대로 불러냄과 동시에 그만의 창작 희곡 연출기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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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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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편집자
슈타이들 출판사는 1968년 독일에서 설립된 아트북 전문 출판사입니다. 이 출판사의 설립자인 게르하르드 슈타이들은 책을 만들 때 종이부터 디자인, 교정, 인쇄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감독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두 슈타이들 출판사 내에서요.
하나의 출판사 건물 안에서 책을 만드는 전 과정이 이루어진다니, 슈타이들의 장인 정신과 책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전시에서는 슈타이들을 대표하는 도서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의 일부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또 앤디 워홀과 칼 라거펠트 등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한 작업물에 대한 비하인드도 엿볼 수 있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0년 동안 런던의 약국을 촬영하여 완성한 책이었는데요. 이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책이라고 합니다.
전시의 제목처럼 슈타이들 출판사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시회장을 나서면서 저는 언젠가 독일을 여행할 때 슈타이들 출판사가 있는 괴팅겐을 꼭 방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답니다. 전시는 2월 23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종이책을 사랑하는 산지니 독자분들께서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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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와 기쁨의 흔적을 만나게 해줄 영국과 미국의 시인 스물네 명을 소개한 <영미시의 매혹> 출간을 기념하여 김혜영 시인과의 북토크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김혜영 시인과 함께 시가 전하는 따스한 위로와 사색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북토크는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 라이브로 송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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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말하기 전략
야마카와 다쓰오 지음 | 정나래 옮김
갑작스럽게 닥친 중요한 기회에서 내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한 적이 있는가? 일본의 성공한 방송인 야마가와 다쓰오에게 듣는 ‘말 잘하는 법’. 말하는 법은 물론이고 듣는 법 쓰는 법, SNS와 AI시대에 의사소통하는 법까지 폭 넓은 의사소통 비법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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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맨주의(bare attention) 알아차림으로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
구치모 지음
명상아카데미(Meditation Academy)를 설립하고 대중에게 명상 수행법을 가르쳐온 춘강 구치모가 알려주는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는 명상 수행법.
이 책은 독자들이 어디서든 쉽게 명상을 수행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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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
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 | 서요성 옮김
20세기 초 유대인과 아프리카계 흑인 사이에는 어떠한 대조적인 조건과 입장이 존재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 쌓아온 한나 아렌트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렌트의 과오와 성찰을 재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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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0호: 대양적 전환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0호에서는 한국문학을 대양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사유하고 설명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담긴 글들을 실었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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