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60호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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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반려견이 물이 없다며 물그릇을 발로 쳉쳉 찼습니다. 스테인리스 물그릇은 누군가가 와 물을 떠줄 때까지 울렸습니다. 저는 잠결에 비적비적 일어나 물을 떠주고 물을 먹는 강아지를 바라보았어요. 저 쪼끄만 것도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물 달라, 밥 달라 의사 표현을 한다니. 강아지를 기른 지 10여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신기하게 다가옵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매일은 생명과 공존의 가치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작년 12월에 출간된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책입니다. 동물과 사람, 그리고 환경을 위한 비정부기구 액트아시아(ACTAsis)의 아시아 지역 대표인 저자 룽위안즈는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목격한 동물 보호와 학대 현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동물은 안전하게 살고 있을까? 우리가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은 과연 윤리적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모피 경매장에 잠입 취재할 만큼 적극적인 저자는 야생동물, 전시동물, 사육동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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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는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어린이 장난감을 판다 전시 공간에 갖다 놓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런 물건은 성체 판다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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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열정이 가득 담긴 이 책은 볼 때마다 인상적인 부분이 바뀌었어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7장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 않다: 판다 고향 탐방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전 국민이 판다 ‘푸바오’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저자는 지금의 판다 보호 방식이 정말로 판다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 중심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푸바오’는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자연과 인간의 사랑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기회는 가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푸바오’와 사육사의 관계에 공감하면서도 ‘푸바오’가 결국 갇힌 전시동물이라는 데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판다 보호 역사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쓴 저자는 판다의 사육 및 번식 프로젝트를 분석하며 인간 중심적 보호 방식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종의 보존을 위해 인간이 개입한 결과, 동물은 자연을 떠나 인간 사회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국익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시된 동물의 자유와 본능, 야생성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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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말이 호생원 안을 돌아다니며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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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의 「모든 동물은 나의 스승이다」는 편집하며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챕터입니다. 중국의 동물 보호소인 호생원을 소개하는 이 챕터는 아이러니하게도 호생원 내에서 자행되는 동물 방치 문제를 다룹니다. 동물 보호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호생원은 “만물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비로 충만한 세상을 만듭시다.”라 말하지만 이곳의 동물은 최소한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었습니다. 올바른 방생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동물, 뉴스를 씁니다>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행방불명」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명분을 우선시한 동물 보호는 동물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닮아 있습니다. 돌고래 ‘비봉이’는 야생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방류되었고, 그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보호라는 명분이 오히려 동물의 생존을 위협한 셈입니다.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저의 가치관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사랑이 인간 중심의 시각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는 동물과 사회의 관계, 동물 보호의 편협하고 이중적인 잣대에 대해 질문합니다. 저는 책과 함께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 뉴스 속 동물 이슈에 감정을 쏟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이러한 지점들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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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유토피아’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세계지만, 그래도 나와 수많은 동료들이 여전히 좇고 있는 꿈의 세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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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완벽한 ‘유토피아’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생크추어리(동물보호구역) 등의 다양한 대안을 보여주고 동물 보호 활동가로서 느낀 회의감을 솔직하게 말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합니다. 오늘 글을 쓰며 물그릇을 쳤던 제 반려견처럼, 다른 동물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그 신호에 집중하고 우리에게도 알려주었습니다. 동물들은 말 대신 몸짓과 행동으로, 때로는 침묵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신호에 응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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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비건 구루메 페스티벌의 퍼 프리 퍼레이드에서
‘동물 해방’ 전사들과 함께한 저자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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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출생. 대만 화범대학(華梵大學) 철학과 졸업, 중국 베이징대학 영화학 석사 졸업, 중국 칭화대학(淸華大學) 과학기술철학 박사. 현 대만동물과인간학회(臺灣動物與人學會) 이사, 국제 비정부기구 액트아시아(ACTAsia)의 아시아 지역 대표, 생명보호협회(關懷生命協會)의 동물보호 교육플랫폼 자문위원. 대학생 시절 동물사회연구회 주쩡훙 대표의 영향을 받아 졸업 후에 베이징으로 건너가 동물보호 운동과 연구를 시작했다. 판다의 보호 역사 연구 진행, 일본 애니멀라이츠센터(Animal Rights Center Japan)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중국이 연대하는 ‘아시아 퍼 프리(Fur free)’ 운동을 제창했다. 최근에는 판다 보호와 동물 모피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9년, ‘동물보호토네이도(動保龍捲風)’라는 플랫폼을 설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와동물재단(Culture and Animals Foundation)에서 수상했다. 저서로는 그림책 <새끼여우의 엄마-엄마의 새끼여우(小狐狸的媽媽-媽媽的小狐狸)>(2022)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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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
룽위안즈 지음 | 강수민, 김영화 옮김
동물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넘나든 여정을 담았다. 비정부기구 액트아시아(ACTAsia)의 아시아 지역 대표이기도 한 저자는 대만, 중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서 동물보호 활동을 진행했다. 그는 중국의 고양이 가죽 채취 현장, 북유럽 모피 농장에서 최소한의 사료만 지급받으며 사는 밍크 등 세계 곳곳에서 비참한 동물들의 삶을 목격했다. 이 책은 동물 유토피아 실현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한 활동가의 치열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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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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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k 편집자
을사년 새해를 맞아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 유명한 고전 영화를 하나씩 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타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작년, 산지니에서 출간된 그림책 <타이타닉을 구하라>를 읽고 영화도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한 장면 없이 엔딩까지 집중해서 감상했습니다. 과연 명작은 명작이더군요. 눈물도 흘릴 만큼 인상 깊은 영화였습니다.
<타이타닉> 하면 갑판 위에서 잭과 로즈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가장 유명한데요. 저는 배가 침몰하고 승객들이 물에 빠지는 순간에도 갑판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과 그 뒤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니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그 순간 연주자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 타이타닉호의 선장 에드워드 존 스미스의 마지막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 이후,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서 선장은 넋을 놓은 듯하면서도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바닷물이 조타실까지 차오르자 그는 그 안에서 문을 닫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사건의 실존 인물이었던 그가 과연 영화와 같은 선택을 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와 운명을 함께하는 그의 행동이 영화를 본 뒤에도 한동안 저의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쪽지를 쓰다 보니 구독자 여러분의 인생 영화도 궁금해지네요. 다음엔 어떤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을까요? 여러분의 추천은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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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
신진 시인 출간기념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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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시인의 5년 만의 신작이자, 열한 번째 시집인 <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에는 표제작 「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를 포함하여 49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신진 시인은 50년간 작품 활동을 통해 치열한 현실과 맞서면서 자연과 하나 됨,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를 추구해왔습니다.
이번 북토크에는 저자와 함께 <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 속 작품 이야기뿐 아니라 창작 후일담과 저자가 직접 읽어주는 낭독 코너 또한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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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지음
삶의 의미와 기쁨의 흔적을 만나게 해줄 스물네 명의 영미 시인과 그들의 시를 소개한 책. 김혜영 시인은 시에 대한 비평과 번역 시, 영시를 통해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각 시가 지닌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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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세기 사행록의
지식 생산과 사상 전환
정훈식 지음
조선 후기 사신들의 중국과 일본 방문을 기록한 사행록에서 지식이 생산되는 경로를 주목하다.
그간 사행록은 대체로 기행 문학 텍스트로 간주되었으나, 저자는 사행록을 정보와 지식이 생산되고 축적되는 장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사행록에서 중국과 일본의 문물제도를 이해하고 두 나라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을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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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연극하다
정경환 희곡집
부산에서 희곡을 창작하고 연출하는 정경환 작가의 세 번째 희곡집. 이번 희곡집에 실린 「영도다리 점바치」, 「황금음악다방」, 「철마장군을 불러라!」, 「명정의숙」 등 네 편의 작품은 모두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경환 연출가는 이를 통해 부산의 역사를 연극 무대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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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0호: 대양적 전환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0호에서는 한국문학을 대양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사유하고 설명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담긴 글들을 실었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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