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52호
욕망과 비리가 만든 쓰레기 산을 파헤치다
김서련 장편소설 <은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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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넉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의 저는 연초에 세운 계획을 뒤적여보는데요.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새 옷 사지 않기’였습니다. 합성 섬유로 만든 옷은 잘 썩지도 않아서 칠레에는 폐의류 산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이 산은 위성 사진으로도 보일 만큼 거대하다고 합니다.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서련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은양>에는 한 인간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쓰레기 산이 나옵니다.
‘은양’이라는 작은 지역의 신문사 은양매거진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나’는 우연히 희끄무레한 쓰레기 산을 발견합니다. 쓰레기 산은 삼일건기에서 쌓은 건축폐기물이지만 지역 유지인 허이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이에 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는 은양매거진에 이러한 기사를 쓰고 싶지만, 주변인들은 기자 경력이 변변찮은 ‘나’에게 별로 기대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은양매거진에 들어오기 전에 다니던 회사의 ‘그린워싱’ 사건을 떠올립니다.
환경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소설 <은양>의 큰 줄기는 기자로서의 직업의식입니다. 소설의 ‘나’는 개인의 안위와 양심, 직업 윤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일이지만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비합리적인 상황. 권력의 압력과 법적 위험 앞에서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지역 신문의 대표이기도 한 김서련 소설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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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 A4용지를 내게 보여 주었다. 하얀 종이에 적혀 있는 글자는 기사가 잡지에 나간 뒤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내가 책임진다는 내용이었다.
(…)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백 주필은 아까부터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계속 마우스를 작동하고 성은 기사를 쓰고 있었다. 정은 외근을 나갔고 조도 손님을 만나러 갔다. 백 주필과 성은 구의 말을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무심한 표정이었다.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자기 일만 하고 있었다.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구는 잡아먹을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A4용지에 적혀 있는 글을 응시했다. 이 세상에 나와 각서만 있는 것 같았다. 글이 살아 있는 것처럼 꾸물거렸다.
_<은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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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 소설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가 회사를 그만둔 원인은 그린워싱이며, ‘나’를 고뇌하게 만드는 것은 쓰레기 산입니다. 내면 더 깊숙한 곳에는 지리산 산사태로 사망한 어머니와 남동생이 있습니다. 갑작스런 산사태는 이상 기후와 관련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나’의 이야기를 통해 소설은 환경 문제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의 사건과 인물의 갈등이 지극히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 산을 애써 방임하며 이익을 취하는 사람, 쓰레기에 매몰되어 사망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관심. 이 때문에 구모룡 평론가는 “쓰레기가 만연한 세계의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묘파한 새로운 사실주의 소설의 한 양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평가처럼 <은양>은 허구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도덕적 딜레마를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쓰레기 산은 우리가 외면하는 진실을 상징하며, ‘나’가 직면한 내적 갈등은 왜곡된 공론장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집필한 저자는 첫 장편소설 <은양>을 출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오래 붙들고 있었던 소설이다. 드디어 내 손을 떠난다. 서운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그동안 저자가 고민하고 쌓아온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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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면서 내내 생각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은 무엇인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_<은양>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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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련 소설가
경남 진영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했고 1998년 「나비의 향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슬픈 바이러스』, 『폭력의 기원』 <녹색전갈>, 2023년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어 『나미브 사막 풍뎅이의 생존법』을 출간했다. 2003년 부산소설문학상, 2006년 김유정문학상, 2012년 요산창작기금을 수상했다. 현재 지역신문사인 <웅상신문>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나미브 사막 풍뎅이의 생존법』(2024), 『녹색 전갈』(2017), 『폭력의 기원』(2013), 『슬픈 바이러스』(2009)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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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목요일, 황은덕 번역가와 함께하는 <스노우 헌터스> 북토크가 개최됩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황은덕 번역가과 구모룡 문학평론가의 대담을 통해 <스노우 헌터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독서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려고 하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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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한국지역도서전이
대전 유성구에서 개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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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돌며 순회 중인 한국지역도서전! 올해 여덟 번째로 개최되는 한국지역도서전은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교통의 중심지 대전의 유성구에서 개최됩니다. 책읽는 계절, 가을의 낙엽과 함께 지역출판의 세계로 흠뻑 빠져보아요~!
✔ 기간: 2024. 10. 11(금) ~ 13일(일)
✔ 장소: 대전 유성구 유림공원 동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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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성구에서 개최되는 제8회 한국지역도서전에서 시상하는 한국지역출판대상(천인독자상)을 위한 독자를 모집합니다!
지역출판의 지속가능성과 가치를 위해 천인독자가 되어 함께 해주세요. 누구나 천인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 모집기간: ~2024. 9. 30(월)
✔ 참여대상: 지역출판에 관심 있는 누구나
✔ 후원계좌: 농협 301-0327-9935-11 (한국지역출판연대)
✔ 문의: 사무국 010.3287.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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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다와 함께하는 책 축제_2024 광안리 해변도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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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8일은 광안리에서 해변도서전이 열렸죠! 산지니도 한 자리 차지하고 독자분들을 맞이했답니다😎 저희가 준비한 소소한 선물들, 잘 받으셨을까요? 해변가에서 개최되어 온몸이 땀으로 찐득했지만,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독자분들과 만나고, 모두 함께 바닷바람 맞으며 땀 흘렸던 이 순간은 아름답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우연한 만남들, 드론쇼, 북토크 등… 소중했던 순간들은 전부 산지니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으니까 한 번 들러주세요🥰
이번 해변도서전에서는 <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 박경자 저자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그녀와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찾아간 울릉도에서 만난 자연, 사람, 음식에 깃들어 있는 추억과 자유롭던 지난 날들을 회상하는 에세이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족과의 시간을 한 번 더 되새겨 보게 되는데요! 북토크에서는 도시와 섬 생활의 차이점,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 사연, 저자의 꿈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감동적이었던 부분을 골라 블로그에 공유해 두었으니까요, 마음속에 어머니와 고향을 품고 계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으시고 공감과 위로를 받으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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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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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편집자_기장 연화리 해물포장마차촌
뙤약볕이 두려워 바깥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지난 8월, 기장군에 다녀왔습니다. 연화리하면 전복이 떠오르기에 전복은 꼭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었죠. 기장에서 해물을 먹으려면 꼭 포장마차촌에 가라는 말을 들었기에, 포장마차촌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운영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탓에 도착했을 때는 사진처럼 이미 마감 분위기였습니다. ㅠㅠ 포장마차촌은 저녁 6시까지만 운영한다고 하네요. 여기까지 왔는데 해물도 안 먹어보고 그냥 가긴 아쉬워서 다음 날 낮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이 더위에 내가 실외에서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웬걸,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시원한 자연풍이었어요. 중간에는 살짝 추웠을 정도입니다! 물론 신선하고 푸짐하게 내주는 해물 맛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져, 여름을 보내기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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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진 편집자_남구청년창조발전소
부산살이 언 3개월 차. 독거가 체질인가 싶을 정도로 자취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온전히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면서 부쩍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하지만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 신선한 식재료는 언제나 양날의 검입니다. 건강에도 좋고 정말 맛있지만 아주 높은 확률로 음쓰(음식물 쓰레기) 엔딩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부산의 남구청년창조발전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특화 청년사업 ‘나도 프로 집밥러’를 알게 되었어요. 프로 집밥러는 다양한 메뉴의 밀키트를 팀원들과 함께 만들고 서로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신선한 재료가 잔뜩 들어간 밀키트를 일주일 간격으로 다섯 번이나 받을 수 있어요! 덕분에 이번 여름, 혼자서도 밥 잘 챙겨 먹었답니다. 남구민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더라고요. 근처 청년센터의 소식을 구독하고, 지원 정책을 관심 있게 살펴보다 보면 요긴한 혜택이 참 많답니다. 산지니 청년 구독자분들, 가까운 청년센터 SNS 당장 구독하시고 광명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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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을 열다
이경숙 지음
2021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경숙 소설가의 첫 소설집. 소설가의 등단작인 「얼음 창고」와 가족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약자의 연대를 담은 「새장을 열다」등 7편의 단편소설은 크고 작은 실패와 아픔에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마음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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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관과 함께하는
미얀마 경제 여행
김진수 지음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한때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던 미얀마는 급격한 쇠퇴를 겪었다. 저자는 쿠데타 전후의 경제를 비교 분석하여 미얀마 경제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짚어내고 미얀마에서 경제 활동을 희망하는 개인과 기업을 위해 미얀마의 거시경제 상황과 토지 제도, 미얀마 경제 행위자 등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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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의 정치학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 정상천 옮김
통치 시스템의 역사부터 정치의 기본 개념과 현대 정치의 원리까지, 말레이시아의 외교관이자 지정학 연구에 열정적으로 몰두해온 저자는 정치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도 알기 쉽게 26개의 키워드로 정치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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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
부산에 위치한 51개의 공공도서관 중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인 부전도서관의 역사를 정리한 책.
저자는 부전도서관의 역사성과 공공적 가치에 주목하여 부전도서관의 시작과 걸어온 길을 부전도서관의 기록이 남아 있는 문헌, 사진, 신문기사, 일본어 자료를 통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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