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50호
더 이상 밤이 없을 것 같은 나라로 향한, 한국전쟁 북한군 포로
<스노우 헌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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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에서도 꿋꿋이 걸어서 출근하고 있는 라온 편집자입니다. 모두 더운 여름 잘 견디고 계신가요?
한창 무덥던 지난 7월 27일을 기억하시나요? 이 날은 정전협정 체결 71주년이었습니다. 정전으로 얻은 현재의 평화에 감사하면서도, 전쟁이 단지 유예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정전협정 기념일에 맞춰 출간한 <스노우 헌터스>를 작업하면서 한국전쟁을 마주하고 되새겼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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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휴전 협정을 조인하는 유엔군사령관과 북한 측 대표 (출처: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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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헌터스>의 주인공 요한은 한국전쟁 북한군 포로입니다. 그는 본국 송환을 거부하고 제3국행을 택하는데요. 실제로 정전협정을 위해 협상을 하던 당시 가장 복잡했던 사안이 ‘포로에 관한 협의’였다고 합니다. 모든 의제가 타결된 후에도 유엔과 공산 양측은 1년여 동안이나 포로 송환에 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1953년 6월 8일, 마침내 자원 송환을 하기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양측은 14만여 명의 포로를 둘러싸고 이른바 포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또 이 포로 송환 협상에서 마지막 쟁점이 된 사안은 요한처럼 본국 송환을 거부하는 ‘송환거부 포로’의 거취 문제였는데요. 결과적으로 중립국을 최종 정착지로 선택한 88인의 포로가 발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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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
그의 옆에 선 간호사가 저 멀리 나무들 위로 막 흩날리기 시작한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담하는데 거긴 태양이 강렬해요.
더 이상 밤이 없을 것 같은 장소에 대해 그는 생각해보았다.
 ̄브라질.
요한이 말했고 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호사가 미소 지었고, 요한 역시 그렇게 했다.
_본문 26-2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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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은 전쟁 발발 후 첫 번째 겨울에 포로가 되고, 폭격으로 정신을 잃고 눈 속에 파묻혀 있다가 미군에게 발견됩니다. 요한이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 속에서 본 피난민 가족 역시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필사적으로 생필품을 찾으려고 눈 속을 헤집는 스노우 헌터스, 즉 ‘눈 사냥꾼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요한이 겪은 전쟁과 포로수용소에서의 기억은 겨울이자 밤의 세계이지만, 그가 상상한 중립국의 미래는 ‘더 이상 밤이 없을 것 같은’ 세계입니다. 제3국행을 택한 요한은 태양이 강렬해 밤이 없을 것만 같은 나라 ‘브라질’로 이주합니다.
요한은 비가 내리는 겨울, 바다를 건너 브라질에 도착합니다. 북한도 남한도 아닌 중립국, ‘브라질’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스노우 헌터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 <광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연합뉴스 김용래 기자는 <스노우 헌터스>를 소개하며 “<광장>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소설”이라고 평했는데요. <광장>의 이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해 한반도를 떠나 인도를 향하던 도중에 투신자살하며 중립 또는 제3국의 삶을 포기합니다. 요한은 이명준이 멈춘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여 제3국에서의 삶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살아가며 요한은 고향과 전쟁의 기억을 종종 마주하고, 때로는 그에 압도됩니다. 그의 일상을 잠식한 전쟁의 후유증은 재단사 기요시, 정원사 페이쉬, 거리의 아이들 등 브라질에서 만난 이들로 인해 점차 옅어집니다. 이들의 따뜻한 과묵 속에서 요한은 머뭇거리지만 정확한 지점을 향해 서서히 나아갑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내 갈등이 심화되고,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인 지금. 사라지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슬픔과 무기력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함께 아스라한 희망을 건넵니다. 6·25 전쟁과 정전협정, 그리고 수많은 전쟁 피해자와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며 오늘, <스노우 헌터스>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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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헌터스>의 저자 폴 윤(Paul Yoon)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그의 부모님은 197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는 <하버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지역으로 이주한 기억을 회상하며, “행복을 찾고, 정착해서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이 항상 있었어요. 그 움직임이 제 인생관과 이야기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합니다. 브라질에 정착해 삶을 꾸려나가는 요한의 이야기 속에도 이러한 경험이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폴 윤은 할아버지가 모아둔 6·25 전쟁 관련 자료와 사진, 특히 고아로 가득 찬 피난민 열차에 대한 이미지가 이 소설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폴 윤 작가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었고 전쟁고아들을 위해 보육원을 설립하였다고 합니다.
폴 윤은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로 ‘일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언어의 장인’,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답고 명료하고 깨끗하다.’는 평을 받는 등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과 호평을 받아 왔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황은덕 소설가 또한 폴 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조사 하나하나 고심해서 골랐고, 또 그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고 행간 사이의 공백과 의미 또한 고려했습니다. 책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원서만큼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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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고, 공유하고, 읽고, 즐기는 사람들의 책축제, 2024 광안리해변도서전 <해변의 북키스트>가 개최됩니다. 산지니도 북마켓 부스에서 독자 여러분을 만날 예정입니다. 광안리 해변에서 만나요!
✔ 일시 : 2024.09.07(토) 13:00~22:00 / 2024.09.08(일) 11:00~18:00 ✔ 장소: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 ✔ 프로그램: 북마켓/체험/부대행사/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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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성구에서 개최되는 제8회 한국지역도서전에서 시상하는 한국지역출판대상(천인독자상)을 위한 독자를 모집합니다!
지역출판의 지속가능성과 가치를 위해 천인독자가 되어 함께 해주세요. 누구나 천인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 모집기간: ~2024. 9. 30(월)
✔ 참여대상: 지역출판에 관심 있는 누구나
✔ 후원계좌: 농협 301-0327-9935-11 (한국지역출판연대)
✔ 문의: 사무국 010.3287.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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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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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편집자_스타듀밸리
산지니소식 구독자 여러분들은 게임을 즐겨하시나요? 저는 휴대폰으로 종종 즐기는데요. 요즘은 농장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듀밸리’를 하고 있답니다. 할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은 주인공이 농사지으며 마을 사람과 친해지는 게임인데요. 농사 외에도 낚시, 모험, 수집 등 콘텐츠가 많아서 정신없이 할 일을 하다 보면 게임 속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버린답니다. 물론 현실 시간도요^^… 게임 제작자가 미국인이다 보니 파스닙 같은 낯선 농작물이 많아 아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계절 산골살이를 다룬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가 게임과 접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게임 개발자 여러분 한국판 농사 게임 관심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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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벡스코에 다녀왔습니다. 부산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이죠!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에서도 열렸으면 했는데, 제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박람회 첫째 날의 뉴진스님의 불경 DJ파티는 보지 못했지만, 예상보다 더 다양한 부스에 놀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습니다. 어릴 적 부처님 오신 날에 가족들과 절에 방문하면 향냄새가 좋았던 기억이 있던 터라, 흥미롭게 부스들을 구경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굿즈도 잔뜩 사버렸고요!
산지니와 불교도 떼려야 뗄 수 없죠. 작년 4월, 불교의 통찰명상을 가르치는 구치모 교수의 <통찰>을 출간한 후, 지금은 동 저자의 알아차림 명상을 다룬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불교에서 가르치는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려보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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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작가와 함께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산시민도서관의 릴레이 북토크에 산지니와 최원준 작가가 참가하였습니다🥳!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를 통해 부산과 경남 지역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번 북토크에서는 최원준 작가가 탐식 기행을 떠나게 된 계기, 부산과 경남 지역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 그리고 현장분들에게만 추천해 주고 싶은 여름 음식까지 정말 맛있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다루었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인 시장 칼국수와 돼지국밥, 경남 지역의 대표 소울푸드로 꼽히는 통영의 쑤기미탕, 마산의 탱수국, 남해의 앵아리, 김해의 뒷고기가 소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장 칼국수와 돼지국밥은 부산 본토의 음식은 아니지만 부산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맛집’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로컬 푸드’를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보기에 좋은 ‘멋있는’ 음식도 좋지만, 지역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특색 있고 맛있는’ 음식은 어떠신가요?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에서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생각나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소울푸드를 만나보세요!
▶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 북토크 후기 자세히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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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한국 의료
김연희 지음 | 18,000원
의대 증원 이후 한국 의료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의대 증원은 개혁의 필요조건일 뿐 다른 제도의 뒷받침이 없다면 실효성을 얻을 수 없다. 지역의료 붕괴, 필수과 인력 부족, 공공병원의 존폐 위기. 김연희 저자는 여러 의료 종사자와 환자의 목소리를 통해 의료 개혁의 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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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택배일기
구교형 지음 | 18,000원
목회자와 사회운동가로 30여 년을 살아온 50대 목사님이 택배 기사가 되었다. 주일에는 양복 입고 설교를, 평일에는 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볐다! 성경과 교회 밖 세상에서 일하며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느끼며 종교와 종교인이 세상에서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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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양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서련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가상 도시 은양의 쓰레기 산을 취재하는 ‘나’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진실 추구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나’는 진실을 밝히고 욕망과 비리가 만든 쓰레기 산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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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없다
정영인 지음 | 20,000원
많은 사람이 육체적 질병을 안고 살아가듯, 누구나 크고 작은 정신적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정영인 정신건강전문의가 말하는 정신질환의 개념과 원인, 증상과 치료법. 현대인과 뗄 수 없는 정신질환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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