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48호
당신과 나를 살아가게 하는 ‘어떤 다정함’에 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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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주변에 있는 분들 중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그분들의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서, 그러니까 작가가 그들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거죠.
자신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이야기 평범하고 아무도 관심 가져줄 것 같지 않은데 무슨 쓸모가 있겠어요?”라고 되묻곤 하죠. 그런 분들께 저는 이 점을 확인시켜 드려요. “의미가 있습니다. 선생님 이야기가 제 삶과도 관련되어 있고, 저희 모두의 삶과도 관련되어 있어요.” 그리고 말을 들어요. 소수자나 목소리가 작은 이들의 목소리도 글의 힘을 빌려서 영구적으로, 세상에 크게 들릴 수 있게 그렇게 기록이 되는 거예요.
_2024 서울국제도서전 안미선 북토크 ‘우리를 살리는 다정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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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산지니 소식은 6월에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진행된 안미선 작가의 북토크 중 한 대목으로 시작해보았습니다. 위의 내용을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안미선 작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 특별히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 <엄마의 탄생>, 화려한 백화점 속 여성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드러낸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준 <여성, 목소리들>, 한국에 사는 이주민의 삶을 들여다본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속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까지. 안미선 작가는 긴 시간 성실하고도 분명하게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를 자신이 기꺼이 확성기가 되어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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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미혼이었던 그 언젠가 <엄마의 탄생>을 읽으며 “이 나라에서 엄마 노릇하기란 정말 어렵군!” 하며 분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었는데, 그 책의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들게 되다니, 역시 편집자 노릇은 오래 하고 볼 일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안미선 작가의 신작 <다정한 연결>은 앞서 소개한 전작들과는 달리 작가 자신의 내밀한 목소리를 녹여낸 에세이집입니다. 작가 자신이 중년 여성으로, 경력단절 여성으로, 그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경험, 작가의 가족 이야기, 살아가며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 등이 수록되었습니다. <월간 작은책>에 ‘책으로 살다’라는 코너에 연재한 글들 중 ‘연결과 연대’라는 키워드로 고르고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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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업을 주로 하는 안미선 작가는 사회적으로 부조리와 불합리함 속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을 많이 만납니다. 1인 가구, 중년 여성, 이주 여성, 참사 유가족, 홈리스, 한부모, 경력단절 여성 등의 호칭 혹은 단어로 표현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삶에서 일어난 어떠한 일을 이유로, 꼬리표가 달리고 세상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기도, 혐오를 받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요즘 같아서는 뉴스를 보는 것도 참 힘이 듭니다. 왜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힘든 일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지요. 세상은 더 나빠져 가고 있다는 염세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인터뷰 대상자들의 굴곡진 삶을 들어야 하는 작가 또한 힘없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는 이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미선 작가는 이번 책에서 줄곧 ‘다정함’에 대해서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나와 여러분에게, 지금 골방에 혼자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은 소리 없이 건네지는 ‘다정함’이라고요. 그것이 사람들을 살게 하고, 이 세상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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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뷰 일을 하는데,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 일이다. 다정함은 사람들을 이곳에 정말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우리를 이곳에 있게 해준 이들의 다정함이 계속 소리 없이 남아 있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_‘어머니의 다정한 선물’ 중에서(16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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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기에도 버겁고 힘겹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안에 누군가를 살아가게 할 다정함의 언어가 사라지지 않길 바랍니다. 안미선 작가가 42권의 책과 함께 풀어낸 연결과 연대의 이야기가 나를 살게 했던 다정함을 기억나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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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저는 김순남 씨처럼 살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김순남 씨는 굉장히 부지런했어요. 보통 시골에서는 여성이 힘들어요. 아이도 보고, 살림에 밭일, 시부모도 모셔야 하지. 집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어요. 사랑방에 늘 사람이 있었어요. 상호 아저씨가 와서 있다거나 육지에서 오징어 잡으러 왔다거나 오갈 데 없는 사람이라든가. 집에 늘 사람이 있으니 엄마는 부엌에서 떠날 새가 없고 그 일을 굉장히 묵묵히 하시는 분이었어요. 사람 오는 것을 싫어하는 내색이 없으셨고 사람을 맨입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하셨어요. 굉장히 꼼꼼하고 집이 반질반질했어요.
북토크를 들으며 울릉도에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기도 했지만, 해체되며 이전의 모습을 잃어가는 울릉도 환경에 대한 경각심 역시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작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품어 주던 섬과 바다가 오래도록 평안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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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혁진: 요즘 웹툰이나 만화들이 패스트푸드처럼 소비되는 것 같아요. 스크롤에 빨려 들어가 빠르게 소비되고 있죠. 물론 이런 현상들이 웹툰뿐만 아니라 쇼츠와 릴스와 같은 문화콘텐츠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경향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만화를 포함에서 모든 콘텐츠들이 천천히, 주의 깊게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에서 강연한 내용들은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하면 놓치기 쉬운 것들이거든요. 저는 만화라는 매체는 ‘재미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는 ‘재미’라는 감정을 등한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만화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이 만화를 보는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입니다.
오혁진 평론가의 만화에 대한 강연을 통해 만화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고 공부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덤으로 강연 내내 만화를 사랑하는 오혁진 작가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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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
최원준 작가 릴레이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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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도서관에서 개최되는 7~8월의 릴레이 북토크의 주제는 ‘부산의 이야기’입니다. ‘부산’하면 산지니가 빠질 수 없죠!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 최원준 작가와 함께하는 릴레이북토크가 열리니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유튜브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 채널에서 라이브 시청 가능합니다.)
✔ 일시 : 07.31(수) 19:00~20:30 ✔ 신청기간 : 07.11(목) 10:00 - 07.24(수) 23:59 ✔ 장소 : 부산시민도서관 강의실 2 (3층 배움 마당) / 시민도서관 유튜브 생중계
▶ 신청은 여기로 (전화 신청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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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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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편집자 _부산박물관
여름엔 어딜 나가도 더위 때문에 금세 지치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오랜 시간 시원한 실내에서 머물 수 있는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을 방문하는 걸 즐기는데요. 이런 곳들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것 외에도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나만의 시간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듯합니다. 얼마 전 저는 부산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다양한 수집가들의 작품을 모은 ‘수집가전’을 보기 위해서요. 아름다운 작품을 보면 소장하고 싶은 욕구는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겠죠. 여러 수집가의 예술 작품을 보며 아름다움과 부러움을 모두 느꼈네요. 전시도 물론 좋았지만, 여러 문을 통과해야 전시관에 입장할 수 있는 부산박물관의 독특한 구조와 내외부 공간의 아름다움도 빠트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피크닉 삼아 부산박물관의 정원을 거닐어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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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k 편집자 _해운대문화회관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가야금 공연 관람 표가 생겼는데 같이 보러 가자고요. 마침 공연 장소가 회사 근처라 흔쾌히 가겠다고 했습니다. (퇴근 후 저녁시간이었는데 말이죠!) 국악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하는 젊은 국악인들이 모인 국악그룹 ‘오름달’의 공연이었습니다. 사진의 왼쪽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는 분이 저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입니다. 이 공연의 매력은, 직접 관객들에게 사연을 받아 배우들이 연기로 사연을 들려주고, 오름달의 멤버들이 직접 작곡한 국악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국악이 아니라 작곡한 노래라니! 낯설긴 했지만 각 사연에서 주가 되는 감정을 여러 악기로 표현한 음악이 저를 이 공연에 흠뻑 빠져들게 했습니다.
이전의 클래식 공연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한 해운대문화회관. 접근성도 좋고, 주변에 다양한 식당들도 있어 이곳에서 공연 관람과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여가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종종 방문할 예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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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연결
나와 당신을 살게 하는 소리 없는 다정함의 기록
안미선 지음 | 18,000원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쓰는 작업을 해온 안미선 작가의 에세이.
작가가 읽은 42권의 책에서 발견한 연결과 연대의 단어들을 소개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일인 가구, 경력 단절, 중년, 한부모, 이주민, 홈리스 등 다양한 층위에 속한 여성과 소수자들이 겪는 불합리함과 부조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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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입술에게 산지니시인선 023
권명해 시집 | 14,000원
『문예시대』로 등단한 권명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는 사물과 풍경을 민활하게 감응하며 사물과 타자를 만나 자기 내면을 표현한 6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급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을 되새기기는 어렵다. 권명해 시인은 경험이 상품으로 전락한 시대에 시를 매개로 섬세한 감각을 회복하고 진실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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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을 구하라 꿈꾸는보라매 24
706명의 목숨을 구한 카르파티아호의 숨은 영웅들
플로라 들라기 글, 그림 |
이혜정 옮김 | 25,000원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나는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 그리고 706명의 목숨을 구한 평범한 영웅들의 이야기.
깊은 밤 북대서양,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하여 가라앉기 시작한다. 그러나 타이타닉의 구조 신호에 응답한 것은 작고 소박한 배 카르파티아호뿐. 과연 카르파티아호는 빙산으로 가득한 바다를 뚫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러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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