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45호
핵발전 이후 우리 세계에 대한 아네테 훅의 상상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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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집자 초록입니다🌱
여러분은 ‘핵’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부산에서 태어난 저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기장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핵발전이라는 게 마냥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차를 타고 오가며 발전소를 보게 될 때면 자연스럽게 ‘저게 폭발하면 어디까지 피해를 미치게 될까? 나와 우리 가족은 순식간에 죽어버리겠지.’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하고는 했어요. (네, 저는 N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상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으며 더 잦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핵에 대한 조금 다른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인데요.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모두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와 벌써 여섯 번에 걸쳐 바다로 빠져나가고 있는 오염수를 보며 많은 국민들이 무력함을 느끼고, 또 불안해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저는 최근의 논의를 보면서 이제 핵발전, 발전소 폭발에서 조금 더 나아가 핵발전 이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핵발전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폐기물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발전소가 폭발하지만 않으면 핵발전은 과연 안전한 것일지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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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소설가 아네테 훅이 주목한 것도 바로 핵발전 ‘이후’입니다. 노조 간사로 일하고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훅은 이번 장편소설 <심지층 저장소>에서 인류와 지구의 환경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상상력을 발휘해 다룹니다. 유럽에서는 지하 깊은 곳에 핵폐기물을 영원히 보관하기 위한 저장소가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주로 인구가 많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지어지는 이 장소를 배경으로 한 이번 소설은 핵폐기물을 안전히 보관해 현재와 미래의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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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는 심지층 저장소(Photomontage: Screenshots Youtube.com/Nag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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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섯 인물은 중세 수도원의 지식 전달 방식을 차용해 그들이 진행하는 연구와 기록이 수 세기가 지난 뒤에도 보존될 수 있도록 하며 안전한 핵폐기물의 저장을 통해 인류를 지키고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재정 전문가, 간호사, 핵물리학자, 핵발전소 기술자, 언어학자로 이루어진 다섯 주인공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기 시작하는데요. 불완전한 개인에서 점차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성장서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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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지냈다. 위험은 훌륭하게 분산되었다. 컨소시엄 조합원들은 여전히 계속해서 월별 분담금을 이체했고, 기부금은 알맞은 곳으로 흘러갔다. 페트라는 신탁관리인의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개인 재산을 설계했다. 우리는 가상실험장치에 투자했고, 그것은 새로운 주문으로 이어졌다. 소득의 체계가 만들어졌고, 우리 각각은 여전히 가난했지만 인색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 우리는 통찰했다.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트도 수련 기간을 제때 도입한 바가 있었다는 것을. 0에서 100으로 한 번에 갈 수는 없다. 스스로를 더 진정시키기 위해 우리는 가상실험장치에서 미래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했다.
_본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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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핵폐기물이라는 소재 외에도 다양합니다. 필리핀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네테 훅의 작품에는 동양적 요소가 꼭 들어가는데요. 전작 <빌헬름 텔 인 마닐라>는 마닐라를 배경으로 호세 리살이 <빌헬름 텔>을 번역하는 작업을 담은 소설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 두 명의 과거 이야기에서 홍콩이 주요한 장소로 등장합니다. 아네테 훅은 섬세한 묘사로 홍콩의 높은 빌딩과 더운 날씨, 공원에 모여 체조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립니다. 이 공간이 심지층 저장소라는 공간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어 나가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언어’에 집중해 미래 인류를 지키는 방법을 구상한 것도 제게는 독특한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핵폐기물을 안전히 보관하는 것뿐 아니라 그 기술을 먼 미래에까지 전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중요한 매체가 될 수밖에 없죠. 이것은 소설의 주된 공간적 배경이자 주인공들이 속해 있는 ‘수도회’와도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중세 수도원의 대표적인 일 중 하나가 바로 필사책을 만들어 지식을 보존하는 일이었는데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속 빽빽한 장서와 두꺼운 책을 필사하던 수도사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수도사들의 이러한 노고는 고대의 지식이 현대의 우리에게 전해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저자는 소설 집필 전 한 암석 실험실을 방문해 그곳의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중세 수도사들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작품 곳곳에는 시와 소설, 음악의 가사가 인용되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문학과 과학이 한 작품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소설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편집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또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질문도 많이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지니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암울한 미래와 그 미래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 그리고 그것을 전하기 위한 기억의 문제까지. 이 모든 것을 담아낸 소설 <심지층 저장소> 속 세계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런 분들이 있으시다면 6월 26일부터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주목해 주세요! 28일 금요일 오후, <심지층 저장소>의 저자인 아네테 훅이 서울국제도서전 산지니 부스에서 독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습니다. 서요성 번역가와 함께하는 이번 북토크에서는 소설 이야기는 물론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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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산지니 SNS와 뉴스레터를 통해 차차 공개될 예정이니 다음 산지니 소식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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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와 같은 문학의 희망을 말하다 | <문학/사상> 9호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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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룡: 우리가 사는 오늘날 사회를 근시사회라고 합니다. 자기 가까운 것만 생각하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가까운 이해관계, 가까운 데만 생각하고 만델슈탐과 같은 어떤 예언자적인 감각이 없다는 거예요. 또, 가속시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1945년부터 지금까지 탄소 배출, 오존층 파괴, 여러 가지 현상들, 기후위기, 쓰레기가 계속 늘어나는 일, 이런 것은 확실하죠.
‘아직 희망이 있다.’ 이것이 에른스트 블로흐가 이야기한 희망의 원리입니다. 희망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아직은 아니다. 희망이 있다. 저도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우리가 희망을 가져야 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문학의 역할을 고민한다는 것은 때론 막막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번 북토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희망을 긍정하는 일, 희망을 기꺼이 말하는 일이 가지는 힘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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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
박경자 저자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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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사람들과 풍경 이야기가 가득한 <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 북토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저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울릉도의 곳곳에 위치한 길들의 풍경이 하나하나 펼쳐지고, 밥상에 오르는 울릉도 먹거리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저자의 어머니와 울릉도 이야기가 가진 의미를 돌아보고 울릉도 풍경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부산 서면에 위치한 영광도서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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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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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야 편집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조지 밀러 감독, 2024)
2015년, 전국을 붉은 옷의 기타맨 이야기로 가득 채웠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친구들과 잔뜩 들떠서 극장에 갔다가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여성 캐릭터 사이의 연대 이야기에 신나는 마음으로 상영관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프리퀄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언제 극장에 방문하면 좋을지 발빠르게 일정을 체크했는데요.
<분노의 도로>가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영화라면 <퓨리오사>는 차곡차곡 쌓여가다 들끓는 영화입니다. 조지 밀러 감독의 여전한 액션 연출에, 멋지면서도 조금은 미스테리했던 퓨리오사라는 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막을 질주하며 억압에 맞서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연을 맡은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를 좋아해왔기에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어요.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인만큼 독자 여러분께 영화관 나들이 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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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편집자
영화 <파묘>를 보러 갔을 때 본 <로봇 드림> 포스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올해 당신이 보게 될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 왜인지 그 문구와 함께 사랑스러운 그림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그 덕에 영화를 볼 기회가 우연히 왔을 때 놓치지 않았고,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어준 인생 영화를 만났습니다.
<로봇 드림>은 그래픽노블이 원작인 애니메이션입니다. 뉴욕에서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도그는 늘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었습니다. 그는 TV에서 반려 로봇 광고를 보고 바로 주문하는데요. 그렇게 만난 로봇은 도그의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줍니다.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둘은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싸입니다.
영화는 대사 한마디 없이 전개되지만 그 빈 자리를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인물들의 표정, 숨소리, 노래가 더 많은 것을 전달합니다.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요. 스포금지 주의자로서 입을 틀어막게 되네요. 관계에 정답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 사랑스러운 영화, <로봇 드림> 꼭 한번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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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다 소이치로 지음
| 정성진, 서성광 옮김 | 33,000원
전통적으로 마르크스의 국가론은 토대-상부구조론의 틀 안에서 국가 기능의 ‘상대적 자율성’이나 토대에 대한 반작용이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를 비판하며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자본주의와 독립된 존재로 상정하는 ‘정치의 자율성’론에 매몰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안으로 ‘정치의 타율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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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
박경자 지음 | 18,000원
울릉도에서 태어나 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저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와 보낸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기로 마음먹는다.
저자는 울릉도에 여러 번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길어 올린 기억을 글쓰기로 풀어낸다. 울릉도의 사람들과 풍경, 먹거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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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정비사 루나
굴사 예멘 지음 | 차리 오다바쉬 그림
| 이선화 옮김 | 15,800원
다양한 꿈을 가진 루나가 들려주는 상상의 힘. 타임머신 정비사, 로봇 매니저, 날씨 관리자, 감정 디자이너,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전문가까지. 루나의 꿈은 색다르고 특이하다.
루나는 불가능하다 말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대신 끊임없이 꿈을 꾸고, 책을 읽고, 연구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루나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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