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44호
반딧불처럼 빛나는 <문학/사상> 9호 드디어 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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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온 편집자입니다😃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입니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등의 OTT부터 샐러드, 도시락 등의 음식. 책, DIY 제품, 게임 등의 취미, 그리고 이제는 가구까지 구독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구독경제가 활성화된 데에는 디지털플랫폼의 발전과 새로운 소비자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쏟아지는 구독 제품들 중, 여러분은 어떤 것을 구독하고 계신가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구독이 가능해졌음에도 저는 아직 잡지나 우유 정도만 구독하고 있습니다. 특히 잡지는 청소년 시절부터 대학생, 그리고 지금까지 제 곁에 함께 있습니다. 잡지와 함께 성장하며 무언가를 구독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매호마다 다양한 필자가 다채로운 주제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세상을 속속들이 알게 해주었습니다. 편집자라는 직업도 잡지를 통해 알게 되고 꿈꾸었는데요, 그렇게 편집자가 된 저는 현재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문학/사상>은 2020년 첫 시작을 알린 반연간지로 “주류 담론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재구축한다”는 기획 아래 창간되었습니다. ‘지정학과 문학’, ‘기후위기’, ‘로컬의 방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 나누어 온 <문학/사상>의 이번 9호 표제는 ‘불가능한 말들’입니다. 온전히 다가갈 수 없는 부재 영역을 향한 글쓰기의 의지를 표명하고자 한 것인데요.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소설 <도항>, 고명자, 성선경, 유현아, 이하석, 최원준 시인의 신작 시 총 10편, 윤인로, 여문주, 최말순, 윤여일 필자의 비평, 김서라, 김만석, 길윤형, 권영빈 필자의 서평까지 모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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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맛보기
반딧불 색깔이 영롱한 9호에 대체 어떤 글들이 실렸을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준비한 맛보기 타임! <문학/사상>의 구독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놓치지 마시고 읽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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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 - 고명자
출세를 바라 자식들 본적지를 서울로 바꿔버린 기회주의자 아버지 그럼에도 방탕을 더 사랑하셨으니 밤눈 아름답게 내리신다 뼈는 고향에 묻어야 한다며 낙향한 이율배반적인 아버지 당신 제삿밥 자시러 살금살금 내리신다
구례구역 밤기차에 뛰어들어 따발총을 갈겼다는 큰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묶인 외사촌 오빠 옳은 직장 없이 서울로 어디로 전전긍긍 늙다 칠십을 훌쩍 넘어 남의 선산이나 깎아주고 남의 과수원 일당쟁이로 살아도 고향으로 돌아오니 좋다 하고
삼동이웃 외가가 모여 향 끄고 철상한다 옥과천 떠내려오는 노을이 피 같아 무서웠다는 막내이모 3대가 지나서야 반란군이란 대물림을 벗으니 허리가 펴지더냐 늙은 조카에게 음복을 권하고
귀 꽝꽝 멀어 우리 입모양만 바라코 계시던 엄마 반란군 소리는 번쩍 뜨이는지 혀를 내두르다 헛손질하다 휘둥그레진 겁쟁이 엄마 눈보라가 몸서리치는 사나운 밤이면 억울하다 억울하다는 흐느낌이 너릿재를 넘어오는 것 같았다 하고
핏기 짜르르 도는 꼬막 까먹다 말고 6·25 참전 용사였기에 현충원에 묻힌 거라고 남편을 자랑하는 작은 이모 손바닥만 한 땅뙈기라도 놀면 죄받는다 자랑, 자랑, 자랑을 늘어놓으시고
우익도 좌익도 없어 골고루 환해 좋으신지 소복소복 내리신다
오늘 밤 아버지의 家系는 가난하지 않아 무섭지 서럽지 않아
아버지 조기를 뜯으시는가 점점 더 내리신다
거푸거푸 소주를 드시는가 흥얼흥얼 내리신다
먼먼 기억의 골짜기에서 달려와 섣달 밤하늘 까맣게 덮으며 흰 눈 펄펄 내리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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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항> - 조갑상
배의 속도가 표 나게 느려지더니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멈추어 섰다. 놀라운 일은 그때부터 벌어졌다. 나팔소리가 갑자기 울리더니 선상의 두 개 층 선실에서 선원들이 갑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재빨리 좌우현 모든 곳의 구명정들을 에워싸고 통로를 확보했다. 구명정 가까이에 모여 있던 승객들은 빗자루에 쓸리듯 멀리 밀려났다. 해군 소속 선원들이기에 행동은 일사불란하고 일부는 무장까지 하고 있었다. 하사관이 어리둥절한 승객들 앞에 나섰다.
"일부 우리 선원들은 이곳 주둔 해군과 교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부산항에 깔린 기뢰 때문이다. 부족한 식수도 채우고 다시 출항할 것이니 여러분은 안전하게 기다려주기 바란다."
그들은 구명정이 내려지는 곳마다 같은 말을 하고는 빠르게 퇴선했다. 그리고 지금, 그 구명정들이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김상구는 장사장을 찾았다. 바다를 바라보는 장사장의 얼굴은 어두웠다. 눌러 쓴 파나마모자와 늦은 여름해가 만든 그림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장님. 뭔가 수상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선원을 교체한다면서 엔진은 왜 꺼? 다시 가동하는 데 기름이 더 들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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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회 발간되는 <문학/사상>, 살짝 맛보셨듯 문학과 사상에 관한 깊은 애정과 고찰이 담겨 있습니다. 2024년 하반기에는 10호를 맞이하는데요, 앞으로도 <문학/사상>에 따뜻한 격려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발간 때마다 놓치지 않고 <문학/사상>을 즐기시고 싶다면, 정기 구독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문학/사상>을 통해 구독하는 즐거움을 선사해 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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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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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이 붙는 것들은 당신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어느덧 24년도 5개월이나 지나가 버렸습니다. 시간의 속도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많은 행복과 고민이 밀려오기도 하는 지금! 속 시끄러운 날이면 하나의 루틴처럼 꺼내 드는 ‘나만의 안정제’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이어 가다 보면 가끔 나에게, 사람에게, 일에게, 세상에게 치일 때가 있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한 것 같지 않고 때로는 특별히 열심히 했음에도,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것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를 만나도, 잠을 자도 해결되지 않는 생각들에 열이 오를 때, 쉬는 시간을 즐기듯 한 장 한 장 편하게 읽어 내리기 좋은 책입니다. 뻔한 산문집이란 생각이 듦에도 이상하게 위로받는 이 책을, 여러분께도 슬며시 권해 봅니다. 때론 흰 종이에 쓰인 무성(無聲)의 검은 글씨가 진한 위로를 주기에, 모두 ‘나만의 안정제’ 한 권 정도는 꼭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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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편집자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저는 날씨와는 맞지 않는 추리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여행 영상을 보게 되었거든요.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배경이 된 이 기차는 놀랍게도 아직 철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동을 위한 기차보다는 여행 상품 같은 느낌으로 식사도 제공하고, 드레스 코드도 있다고 합니다. 너무 가보고 싶었지만 가격이 무려 1,300만 원! 변동이라고는 하지만 엄두조차 안 나는 가격에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여행 대신 선택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으니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책을 읽던 순간들이 떠올라 재미있었습니다. 추억의 추리작가와의 재회가 끝나면 그동안 미뤘던 스티븐 킹 소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다른 결이기는 하나 장르문학이라는 점에서는 같으니까요. 스티븐 킹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그럼 저는 이번 주말 다시 한번 더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세계에 빠지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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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목요일 저녁 6시 30분, <문학/사상> 9호 출간을 기념하여 구모룡 문학평론가와 함께 ‘반딧불이의 잔존, 시의 미래’라는 주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반년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의 편집인이기도 한 구모룡 평론가로부터 이번 9호의 부제인 ‘불가능한 말들’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반딧불이는 9호의 마크이기도 합니다.)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 라이브로도 참여 가능합니다😊
▶ 채널산지니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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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층 저장소
아네테 훅 지음 | 서요성 옮김
| 19,800원
스위스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아네테 훅이 바라본 핵폐기물과 방사능 문제.
핵폐기물을 임시로 관리하던 어느 컨소시엄은 5인의 회원에게 ‘누구도 방사능으로 죽어서는 안 된다’는 임무를 내린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섯 인물은 안전한 핵폐기물의 저장을 통해 인류를 지키고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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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다 소이치로 지음
| 정성진, 서성광 옮김 | 33,000원
전통적으로 마르크스의 국가론은 토대-상부구조론의 틀 안에서 국가 기능의 ‘상대적 자율성’이나 토대에 대한 반작용이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를 비판하며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자본주의와 독립된 존재로 상정하는 ‘정치의 자율성’론에 매몰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안으로 ‘정치의 타율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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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
박경자 지음 | 18,000원
울릉도에서 태어나 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저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와 보낸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기로 마음먹는다.
저자는 울릉도에 여러 번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길어 올린 기억을 글쓰기로 풀어낸다. 울릉도의 사람들과 풍경, 먹거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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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정비사 루나
굴사 예멘 지음 | 차리 오다바쉬 그림
| 이선화 옮김 | 15,800원
다양한 꿈을 가진 루나가 들려주는 상상의 힘. 타임머신 정비사, 로봇 매니저, 날씨 관리자, 감정 디자이너,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전문가까지. 루나의 꿈은 색다르고 특이하다.
루나는 불가능하다 말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대신 끊임없이 꿈을 꾸고, 책을 읽고, 연구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루나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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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에서 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의 구독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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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은 비평적 시야를 확장시키기 위하여 신진 비평가를 발굴하는 비평을 공모합니다. 2025년 2월 10일까지 비평문을 접수하고, 당선된 글은 2025년 <문학/사상> 상반기호에 실을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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