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201호
결말을 아는데도, 계속 읽게 되는 그림형제 동화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
|
|
|
“명작은 결말을 알고 봐도 재미있다”는 말이 있죠.
오늘 소개할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을 편집하면서 이 말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빨간모자… 어릴 때 동화책으로 읽고,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게임 속 배경으로도 숱하게 만났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원작을 펼쳐보니 “어? 원래 이런 이야기였나?” 싶은 장면이 꽤 많았습니다. 결말을 뻔히 아는데도 이야기에 빠져들어 어느새 페이지를 술술 넘기고 있었고요.
그림형제의 동화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꽤 매섭습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겪은 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구조는 같지만 고난의 내용이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서늘합니다. 어린이용으로 순화된 이야기에 익숙하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낯섦이 이 책의 재미가 되더라고요. ‘내가 알던 동화’와 ‘그림형제가 기록한 이야기’ 사이의 간격을 발견하는 순간마다 이야기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은 그림형제가 평생에 걸쳐 다듬어 1857년 마지막으로 펴낸 제7판을 기준으로 101편을 골라 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옮긴 배중환 교수님은 독문학을 오래 공부하고 가르쳐 온 경험을 바탕으로 원문의 결을 전하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다듬되, 원작의 갑작스러운 전환이나 서늘한 분위기는 최대한 살렸답니다. 그래서 익숙한 이야기에서도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낯선 표정, 매운맛이 드러납니다.
책을 다듬으며 또 하나 새롭게 발견한 건 그림형제의 동화가 생각보다 ‘공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디즈니 프린세스에 익숙한 저는 그림형제 하면 왕자와 공주부터 떠올렸는데, 101편을 읽어보니 가난한 병사, 나무꾼, 농부, 재봉사, 막내아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훨씬 자주 등장합니다. 「곰 가죽 사나이」의 가난한 병사도, 「용감한 꼬마 재봉사」의 재봉사도 특별히 강하거나 대단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은 기꺼이 모험을 떠나고, 거인을 만나고, 위험에 빠지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결합니다. 힘이 아니라 꾀를 쓰고, 신분이 아니라 배짱을 내세워서요.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머리를 굴리고, 겁이 나도 일단 해봅니다. 생각해 보면 꽤 현실적인 영웅들입니다. 이들은 특별한 초능력 대신 눈앞에 닥친 일을 어떻게든 해결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저는 여기서 뜻밖의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일단 하고 보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런 용기를 새삼스레 얻기도 했답니다. |
|
|
옛날에 어느 재봉사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 아이는 몸이 엄지손가락보다 작았다. 그래서 아이는 엄지둥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엄지둥이는 몸에 용기가 꽉 차 있었다. 어느 날 엄지둥이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겠어요.”
_「엄지둥이의 여행」 중 |
|
|
삽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활동한 다섯 화가, 조지 크루이크생크, 그림형제의 막냇동생 루트비히 에밀 그림, 조세프 샤를, 오토 우벨로데, 완다 가그의 그림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어딘가 음산하면서도 유머가 느껴지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정교하고 고풍스러운 그림도 있고, 투박하지만 따뜻한 그림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사이사이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글만 따라가다 잠시 그림에 시선을 옮기면, 방금 읽은 이야기의 분위기가 또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갈 때는 오히려 결말을 아는 이야기가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으니 마음 놓고 읽을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의 내가 읽으면 예전과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릴 때는 무서웠던 장면이 우습게 보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인물의 말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그대로인데 읽는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이겠지요.
712쪽이라는 두께에 너무 겁먹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짧은 이야기인 101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잠들기 전 한 편씩 읽어도 좋고, 주말 오후 마음 내키는 페이지를 아무 데나 펼쳐도 좋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구나.” |
|
|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 야콥 그림, 빌헬름 그림 | 배중환 옮김
그림형제 동화 중 가장 그림형제다운 글 101편을 모았다. ‘마법 동화’를 중심에 두고 반전이 강렬한 ‘동식물 이야기’, 언어·지역색 문제가 없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선별했으며, 디즈니식 화려한 왕궁 이야기뿐 아니라 나무꾼·재봉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혜와 용기로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19~20세기에 걸쳐 활동한 조지 크루이크생크·루트비히 에밀 그림·조세프 샤를·오토 우벨로데·완다 가그, 다섯 화가의 삽화를 한 권에 모아 그림형제 동화가 독자 곁을 걸어온 길도 보여준다.
|
|
|
부산 시민도서관에서 열리는
<민 킴> 에바 틴드 작가와의 만남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
|
오는 9월 27일 일요일 오후 2시, 부산광역시 시민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부산지역 출판사 연계 해외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장편소설 <민 킴>, <뿌리>의 저자 에바 틴드 작가가 참여합니다.이번 행사에서는 올해 출간된 장편소설 <민 킴>을 바탕으로 강도희 문학 평론가와 에바 틴드 작가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국계 덴마크인 입양인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을 통해, 입양인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문학적 서사로 전환하는 글쓰기의 과정 또한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
|
|
2026 대한민국 독서대전 춘천에
산지니가 참가합니다! |
|
|
2026년 제13회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춘천시에서 9월 18일에서 20일까지, 3일간 개최됩니다. 산지니도 춘천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독자 여러분과 함께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신간 도서들을 준비할 예정이니, 오셔서 함께 즐겨주세요! 춘천에서 진행할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은 산지니 SNS에서 추후 소개하겠습니다:) |
|
|
“박완서 문학은 과거의 작품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현재진행형 문학이다.”
1970년 <나목>으로 등단해 40여 년 동안 작품활동을 한 작가 박완서. 전쟁과 분단, 여성의 삶, 중산층과 근대화, 자본주의의 욕망, 노년의 삶까지 그의 문학은 한국사회의 변화와 함께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박완서의 문학을 어떻게 읽어왔고, 지금은 어떻게 다시 읽을 수 있을까요?
박완서 타계 15주기, 다시 읽는 박완서 문학을 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완서학’의 현재를 기록하는 책, <완서학의 정동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싶다면 알라딘 북펀드에 함께해주세요!
|
|
|
장편소설 <우리, 다음 생에 만날까요?> 박영해 소설가와의 만남 |
|
|
지난 8월 27일, 박영해 소설가의 장편소설 <우리, 다음 생에 만날까요?>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박영해 소설가는 구모룡 문학평론가와 함께 소설이 부산의 옛 풍경을 되살려내는 방식과 여성 주인공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구모룡 평론가: 아이와 어른을 다 돌보고 나면 자기를 돌봐야 할 때가 옵니다. 나이가 들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옛날에 이렇게 했으면’ 하는 후회가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후회는 특히 여성의 삶에 그런 어려움을 돌파해 낼 기회가 적다 보니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주인공 혜주의 연인이었던 윤재는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인물입니까?
박영해 소설가: 윤재는 혜주와 사귄 지 5개월 만에 떠났지만, 혜주는 윤재가 해준 ‘혜주 씨는 잘할 수 있을 거다’라는 말을 평생 붙잡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윤재가 해준 말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혜주 스스로 자신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죠.
|
|
|
8월 29일 토요일 15시 울릉도 북면 한마음회관에서 <울릉도 아라리>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울릉도 아라리>는 울릉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책을 쓰신 박경자 저자와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분들 그리고 주민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울릉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었습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과 사람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오래전 고향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며 “울릉도의 삶을 기록한 소중한 책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
|
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
|
|
#euk 편집자
8월 17일 새벽, 광복절 연휴로 거제 본가에 가 있던 저는 요란한 천둥번개 소리와 재난안전문자 알람 소리 때문에 새벽에 잠을 깨버렸습니다. 잠들지 못한 저는 선풍기와 함께 더위를 맞서고 있었어요. 그런데, 새벽 4시 20분쯤 선풍기와 거실에 켜둔 간접등까지 모조리 꺼지는 정전이 일어났습니다. 그때서야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아침까지 쏟아지는 폭우 소리를 들으며 불안해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관리실에서는 최대한 주차장에서 차를 밖으로 옮기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께서는 냉장고 문을 최대한 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꿀 같은 연휴를 보내고 이날 부산으로 복귀하려던 저의 계획은 폭우로 인한 시내, 시외버스 운행 중단으로 무산되었고, 결국 소중한 연차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이모네는 정전, 단수에 지하주차장이 모두 침수되어 일주일 넘게 이재민이 되었습니다. 거제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거제에 몇십 년간 살면서 처음 보는 기록적인 폭우라고 입 모아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속의 물줄기는 빗물로 침수된 이모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물을 빼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직 거제 곳곳에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 등의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상을 멈춰 세운 폭우가 남긴 피해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거제 곳곳의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
|
|
불평등의 지리
공간적 위계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가
정준호 지음
"왜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소득을 얻어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부의 축적과 삶의 기회는 크게 달라질까?"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수도권'이 구상과 연구개발, 의사결정을 '비수도권'은 생산과 실행을 담당하는 분공장 경제(branch plant economy) 구조 위에서 작동해왔다.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정준호 교수는 이 분공장 경제 체제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위계를 형성하였음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재편 전략이 무엇인지 살핀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정준호 교수의 첫 번째 단독저서이다.
|
|
|
우리, 다음 생에 만날까요?
박영해 장편소설
돌연 곁을 떠난 첫사랑에게 45년 5개월 만에 보낸 문자. "통화할 수 있을까요?"
남 보기엔 별문제 없이 살아 왔다고 여겼던 지난 세월 아래에는 삭이지 못한 채 가라앉아 있던 물음이 있었다. 소설은 오래도록 스스로에게조차 묻지 못했던 질문 하나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이 한 사람의 생애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담담하게 묻는다.
|
|
|
울릉도 아라리
섬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박경자 인터뷰 에세이
울릉도에서 태어나 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저자가 은퇴 후 고향에 머물며 울릉도 주민들 30명을 인터뷰해 그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구순의 어르신부터 울릉도에서 삶을 시작하는 새내기 주민까지 대략 백 년의 폭넓은 시기를 아우르는 스물네 편의 글은 울릉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책에 수록된 울릉도 지도와 인터뷰이들의 생활감 넘치는 사진은 실제 눈앞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
|
|
청사포 해녀 할머니
꿈꾸는 보라매 31
장수지 지음
삼십 년 만에 고향 청사포로 돌아온 ‘할머니’는 어린 시절 물개처럼 헤엄치고 놀았던 바다에서 해녀 일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오랜만에 뛰어든 고향 바다에서 할머니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을 만나지만,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청사포의 거센 물살에 덜컥 두려운 마음도 든다. 할머니는 해녀 일을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을까?
|
|
|
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3호: 바다의 노모스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3호는 바다를 단순한 배경이나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 질서와 경계, 이동과 위험, 기술과 미래가 교차하는 사유의 공간으로 호출합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의 기대평이나 후기를 들려주세요.
아래 버튼을 클릭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