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집자 초록입니다.
혹시 ‘조옥화’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들에게는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정치인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활동가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교정지를 통해 이 이름을 처음 마주했고, 그래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자리에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온 사람은 과연 어떤 시간을 살아왔을까 하고요. 우리는 종종 ‘변화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거창한 업적이나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쩌면 우리 곁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내린 선택들이 모여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산지니 소식에서 소개하고 싶은 책 <길 위의 간호사>는 바로 그런 힘이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듯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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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간호사 조옥화의 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954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간호사의 길에 들어선 그는, 병원 안에서의 간호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은 사람입니다. 간호는 병원 밖 거리와 골목, 공장과 주민들의 삶 속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인물이기도 한데요. 간호사라는 직업 하면 흔히 떠올리는 공간과 일이 있다면, 조옥화의 간호는 그 경계를 훌쩍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인천간호전문학교에 입학하며 간호사가 된 조옥화 간호사는 미국인 선교사 매리언 킹즐리 학감에게서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간호’를 배웠습니다.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과 처지를 함께 살피는 전인적 간호의 태도는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의 평생 간호 철학을 형성했는데요. 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조산사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나 조옥화가 병원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달랐습니다. 의료 현장은 위계적이었고, 환자는 쉽게 대상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점차 의료인의 권위와 환자의 취약성 사이의 간극을 깨닫게 됩니다. 환자를 치료하며 그는 현실의 불평등에 눈을 떴고, 진짜 간호는 병실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는 하얀 가운을 벗고, 약자들 곁의 자리로 걸어 나가기를 결심합니다. “나는 약자 편에 있는 게 편하다”라는 고백은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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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문장은 그의 이후 삶을 설명해 주는 가장 정확한 문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병원을 나와 노동자와 주민의 곁으로 향했는데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이어갑니다. 이후 인천의원 상담실에서는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가까이에서 지원하고 산재 신청 절차를 안내하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산업사회보건연구회 활동으로 이어져,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만들고 산재의 문제의식을 확장하며 조직적으로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의 발걸음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주민과 함께 만드는 의료를 꿈꾸며 의료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하였고, 의료가 경쟁과 수익이 아니라 협동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몸소 경험합니다. 주민의 곁에서 함께하는 그의 활동은 여성 노동자와 경력 단절 여성들을 위한 활동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일하는 여성의 나눔의 집에서는 생계와 돌봄을 동시에 감당하며 살아가는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고, 시흥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경력 단절 여성과 구직 여성들을 상담하고 교육을 지원하며 그들의 새출발을 도왔습니다. 간호사로 시작된 그의 길은 노동과 여성, 지역 공동체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의 시대적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조옥화는 유신체제 아래에서 야학 교사로 활동하며 가난한 청소년들을 만났고, 학생운동의 흐름 속에서 사회의 모순을 몸으로 체감했습니다. 그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이자 시대를 살아낸 한 사람의 시민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삶을 따라가며 산업화와 민주화의 이면을 함께 비추어냅니다.
<길 위의 간호사>가 특별한 이유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조옥화 간호사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옥화는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는 지역에서 평범한 방문 간호사로 일하며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의 궤적을 그려갈 때 그는 약자의 곁에 서는 선택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쌓여 하나의 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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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저는 제가 내린 선택들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결심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를 바라보고 설 것인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늘 스스로 되물어야 하는 질문이 아닐까요. 조옥화 간호사의 삶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조용한 답처럼 느껴졌습니다. 조옥화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이름을 한 번쯤 마음에 담아보셔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께도 오래 남는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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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간호사
약자의 편에서 새 세상을 꿈꾸며 살아온
간호사 조옥화의 삶을 기록하다
안미선 지음
병원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고 거리와 골목, 공장과 주민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인천 지역 간호사 조옥화의 삶을 기록한 책.
저자 안미선은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조옥화의 삶을 촘촘히 복원했다. 청년 시절 병원에서 실습하며 미래를 고민하던 순간부터 보건의료인으로서 노동자와 여성을 만난 순간, 방문 간호 가방을 들고 골목을 누빈 시간들이 책 속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 <길 위의 간호사> 더 알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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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
출간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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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금요일, <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 출간기념회가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에서 열렸습니다. 부산에서 40여 년간 이어진 공동체운동의 역사를 담은 이 책의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행사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책에 소개된 야학, 도서원, 탁아, 공부방, 주거권, 자활, 마을복지 등 각 분야에서 활동했던 활동가와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뜨거웠던 청춘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불태웠던 분들이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미소 짓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고요.
송기인 신부님의 축사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예언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틀리지 않는 예언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사이다.”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역사가 불확실한 미래를 그래도 옳은 길로 인도해줄 것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자신도 20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사비를 털어가며 근로자들을 가르쳤던 야학의 대학생들, 도서원에서 밤을 지새우며 인간다운 삶,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치열하게 토론했던 청춘들은 알고 있었을까요. 그들의 뜨거웠던 하루하루가 부산 공동체운동의 역사가 될 줄을요.
지금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마련되기 전,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공동체운동의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를 <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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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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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편집자
입사 7년만에 개인 장비를 마련했습니다. 그간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는 아니었고요. 그냥 귀차니즘+바꾼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어라는 냉담함이었달까요. 편집자들이 개인용 키보드나 마우스를 갖출 때도 꿋꿋이 회사 기본템을 사용해왔었는데요. 어느 날 좀비 디자이너의 책상에서 파스텔톤 키보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어쩐지 ‘나도 이참에 한번 바꿔봐?’라는 생각이 불쑥 올라오더라고요. 좀비 디자이너에게 구매 링크를 전달받고 드디어 이름도 예쁜 말차그린+벚꽃축 모델로 구매를 하였답니다.(컬러 고르는 것도 어찌나 고민이 되던지요)
새로운 키보드를 사용한 지 두 달이 되어 가네요. 키보드를 바꾸고 일의 능률이 올랐을까요? 일단… 키보드를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손의 청결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요ㅎㅎ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몽글몽글 타건감을 즐기면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 만사가 마음에 달려 있기도 하고 다 느낌적인 느낌이이겠지만 저는 꽤나 만족을 하면서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회사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분이 있다면 장비를 한번 바꿔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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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철학자의 육아
생각하는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바꾼다
애셋요한 지음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말하는 AI시대의 미래 인재상을 기르는 양육법.
독일과 스위스에서 정치학·경제학·철학을 전공하고 AI 윤리를 연구해온 저자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는지를 철학적 시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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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불평등과 지역불균형
교육인재정책에 길을 묻다
류장수 지음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추천★
★김경수 전 대통령 직속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추천★
수십 년간 교육·인재·노동 영역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지역과 청년 문제에 천착해 온 류장수 교수가 교육불평등과 지역불균형의 해법을 교육인재정책에서 찾는다. 저자는 이 정책 영역이 지역 간 자원 배분, 노동시장 구조, 사회이동의 가능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수치와 통계로 실증하며, 두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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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
사람과 마을을 잇는 40년의 기록:
1970~2010년대
부산지역운동사 발간위원회 엮음
1970~80년대 공업도시 부산에서 야학과 도서원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노동자의 권리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공간이었다. 탁아소와 공부방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족이 되어준 곳이었다.
부산주민운동교육원이 1970년대부터 2015년까지 40여 년간 부산 지역에서 전개된 공동체운동의 역사를 기록하였다. 야학·탁아·공부방·주거권·마을공동체 등 다양한 주민조직운동의 흐름을 정리하며 ‘주민이 주인되는 지역사회공동체 실현’을 위해 이어온 공동체운동의 역사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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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12호: 바다정동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12호는 ‘바다정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며 바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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