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41호
‘대만의 부산’ 가오슝에서 만난 용접 숙련공들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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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나요? 라온 편집자입니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 발표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학급 게시판에는 각자의 꿈을 적은 카드가 항상 붙어 있었고요. 그래서일까요? 아직도 제 친구들이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선명히 떠오릅니다. 제 꿈은 선생님이었는데요. 사실 제 꿈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꿈이었습니다. 제 친구들도 저와 비슷했습니다. 대통령, 선생님, 가수, 변호사 등등….
저와 제 친구들은 커다란 제련소가 있는 마을에 살았고, 우리들 대부분이 제련소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는데도 제련소에 다니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적어내는 비슷비슷한 꿈들 중에는 우리들 아버지처럼 기술 노동자로 분류될 만한 직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버지의 용접 인생>의 저자 셰쟈신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공부 안 하면 나처럼 까만손(기름쟁이)이나 될 거야.”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추레라* 제작 숙련공인 아버지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식 앞에서는 자신의 일을 서슴없이 낮추어 말했습니다. 부모님은 그의 미래를 그릴 때 좋은 미래와 나쁜 미래를 구분하여 말했습니다. 좋은 미래에는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등이, 나쁜 미래에는 당신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삶의 형태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심하에 부모님은 당신의 일과 자식 사이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었습니다.
*추레라: 트레일러의 속칭. 트럭이나 트랙터 트럭의 후면부에 견인되는 부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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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직업 주위로 또렷한 경계선을 그었고, 나와 동생은 언제나 그 경계선 밖에 있어야만 했다. 아버지가 퇴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샤워였다. 퇴근 직후 우리를 학원에 데려다줘야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서둘러 샤워하는 모습은 땀과 기름에 찌든 모습으로 자식들을 배웅하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최선이었다. 또한 아버지의 작업복은 가족들과 다른 세탁기로 세탁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나눠 세탁한 옷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말렸다.”
_10~11쪽, '들어가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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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기계를 만져 아버지의 두 손은 늘 기름 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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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기술로 지탱한 집이었지만 저자는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동료가 있고, 일하면서 만난 난관과 좌절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표현하는 단어인 ‘노동자’, ‘기름때 묻은 까만 손(黑手)’ 등은 우수한 학업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고, 때문에 저자는 아버지의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면서도 노동하는 아버지를 동경할 수 없었습니다.
그랬던 저자는 칭화대학교 사회학 대학원에서 석사논문(「"숙련공 하면 돼": 항만 검은 손 숙련공의 생명, 일 그리고 사회변화」)을 준비하며 아버지가 그어두었던 경계선을 넘어 아버지의 세계로 한 발 한 발 다가갑니다. 숙련공들을 심층인터뷰하고 그들의 일터에서 함께합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료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에는 추레라 제작 산업의 시작과 현재가 모두 녹아 있습니다. 타이완의 주요 산업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배경에서 태동한 이들은 시대의 조류를 온몸으로 맞이했습니다. 책은 그들의 구직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숙련공이 기술을 연마하는 방법,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전략, 기술의 의미와 삶의 방식까지 모두 담으며 추레라 숙련공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촘촘히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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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강판을 붙일 때 혹은 강판의 벌어진 틈을 견고히 할 때 하는 점용접(點鎔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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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추레라 제작 숙련공들의 삶과 일을 연구하며 자신의 성장배경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의 기술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자식 앞에서는 기름쟁이가 되어버리는 아버지. 자식을 자신의 일에서 철저히 분리시킨 아버지. 아버지와 숙련공들의 모순에는 대만 사회의 가치와 지향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저자는 <아버지의 용접 인생>이 부모 세대의 삶과 직업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부모와 자식 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을 편집하며 저 또한 제 어린 시절과 아버지를 헤아렸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아버지의 용접 인생>을 읽는다면 여러 기억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책 중간에는 어느 한 추레라 공장의 마지막 영업 날을 기록한 화보가 실려 있는데요. 공장 이곳저곳은 물론 숙련공의 작업 현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용접 인생>을 읽으며 추레라 제작 숙련공들의 세계로 함께 빠져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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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부산’ 가오슝 노동자 일과 삶
MZ세대 사회학자 셰쟈신 작가, 책 ‘아버지의 용접 인생’ 펴내
한국과 대만은 경제·산업 발전에서 비슷한 과정을 공유했다. 차이도 있다. 이웃 나라 대만의 경제·산업·사회사를 알아보며, 한국도 비춰 볼 계기를 이 사회학 저서는 준다. 이 책 주요 무대는 대만 제2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 가오슝이다. 부산과 비슷한 가오슝의 경제·사회사를 담은 이 책 부제는 ‘항만 도시 가오슝 노동자들의 일과 삶’이다. _<국제신문>
이 주의 새 책 - ‘아버지의 용접 인생’
대만 가오슝에서 태어난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던 곳을 현장 연구하면서 그곳 사람들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덕분에 가오슝은 물론 타이완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게 한다. 노동, 항구 등 다양한 타이완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경험과 기억도 떠오른다. 추레라 공장의 마지막 영업 날 기록이 인상적이다. _<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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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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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에 비해 부산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부산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전시나 공연 일정이 생기면 더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제가 꾸준히 찾는 미술관 중 한 곳입니다. 을숙도라는 공간은 근처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특유의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곳입니다. 섬 안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집중도 더 잘되는 듯해 늘 만족스러운 관람을 하게 됩니다.
격년으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가 이곳 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열리기도 하니, 올여름 개최될 부산비엔날레 기간에 현대미술관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근처에 위치한 김해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은 미술관을 오가며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장관이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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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에 전시된
조갑상 소설가의 <소설로 읽는 부산>과 <이야기를 걷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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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문화원’을 아신다면 당신의 나이는…!(예, 여기까지.) 지금은 전국구 피자 맛집이 된 부산 중구의 ‘L피자집’에서 큰길로 올라가면 석조로 된 근대건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구)미문화원, (현)부산근현대역사관입니다(부산 대청동 소재).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신축된 이 건물은 해방 이후 약 50년 동안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되었고, 2003년부터는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운영되었습니다. 한동안 휴관했던 이곳이 지난해 말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재개관했습니다. 그럼 본관은 어디냐고요? 늘 문이 굳게 닫혀 있어 궁금했던 바로 그곳, 옛 한국은행 건물이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이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은행 건물이 왜 대청동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는데요. 전시를 관람하며 한국전쟁 당시 한국은행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임시이전을 하였고, 2013년 문현동으로 신축 이전하기까지 운영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옛 한국은행의 내부 구조를 살린 인테리어가 아주 흥미로운 이곳 1층에는 에스프레소바 ‘까사부사노’가 운영 중이고요. 지하에서는 한국은행의 금고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니, 근현대 건축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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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영선 소설가의 작품 세계를 탐방하다 | 정영선 작가 초청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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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물의 시간>,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인문학상 수상작 <아무것도 아닌 빛>을 쓴 정영선 소설가를 만났습니다. 작가와 평론가, 독자 모두가 열기를 띠고 참여한 자리라 기억에 남네요.
이번 북토크는 <아무것도 아닌 빛>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작품의 구성과 디테일, 소설을 구상하고 작업하게 된 과정, 그리고 소설쓰기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풍성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정영선: 저는 소설에서 가장 기본은 구체성이라고 배웠습니다. 저의 이름을 밝히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제가 먹는 음식, 제가 보고 있는 풍경, 제가 사는 장소나 옷을 써야 하고, 그렇게 해서 사람을 드러내야 된다고 늘 배웠고 그렇게 썼기 때문에 그렇게 쓰지 않으면 이제 쓰지 못하죠. 제가 너무 급히 나가고 있다, 이야기가 너무 빨리 나간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바로 서서 다시 말씀하셨던 그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굉장히 애를 씁니다. 일상이 다 이렇게 맞춰지면 이야기를 끌고 다시 밖으로 나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빨치산과 낙동강, 기억과 사랑 같은 낱말들이 고유의 맥락을 가지고 한 권의 소설로 엮이게 된 시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기뻤습니다. 소설은 이야기를 읽고 쓰는 차원을 넘어 결국 타인과 닿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정영선 소설가의 작품 세계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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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을 넘어 붓다의 세계로
불교 전체를 불이사상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불이사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다.
저자는 마음만을 강조하는 불교의 주관적 관념론의 경향에서 벗어나 불이라는 관점에서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이사상, 화엄사상, 선의 회통으로 자본주의와 세계화, 생태계 파괴의 해결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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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현대화의 논리 1, 2
류젠쥔, 천저우왕, 왕스카이 지음 |
구성철, 김미래, 강애리, 정혜미 옮김 | 각 38,000원
사회주의 중국의 발전과 성장의 바탕을 이루고 현대 중국정치를 이끄는 논리를 집약하다.
저자들은 중국 고유의 개념에 입각해 역사와 현실, 이론과 실천, 경험적 근거의 상호 영향 속에서 현대 중국 사회주의 정치학 원리를 탐색하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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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아프리카 생활
일상의스펙트럼 10
오해와 편견의 땅, 아프리카에서 전하는 누구보다 슬기롭게 사는 이야기.
저자는 유엔환경계획 담당관으로 코트디부아르에서 일하며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자신을 만났다. 저자의 느긋한 일상에는 코트디부아르의 경제, 환경, 정치, 문화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여행으로는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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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이야기는 왜 이토록 쉽게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
야구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20여 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야구 현장을 기록한 <한겨레> 김양희 스포츠기자가 바라보는 야구, 그리고 야구와 닮은 우리 인생!
<인생 뭐, 야구>가 4월 12일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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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9호 ‘불가능한 말들’
★4월 12일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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