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40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여성들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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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편집자 초록입니다🌱
봄이 다가왔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여러분은 봄이 오면 꼭 먹는 음식이나 방문하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저는 계절마다 꼭 봐야 하는 드라마를 정해두는 편인데요. 봄에는 <내 연애의 모든 것>을 꼭 챙겨 보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소설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인 오스틴의 <설득>,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 김이설 작가의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장은진 작가의 <날짜 없음>이 제 인생소설들입니다. 아, 김보영 작가의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도 정말 좋아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저의 취향을 어느 정도 짐작하셨을 것 같은데요. 저는 로맨스물을 사랑합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물이나 SF 장르 작품을 읽거나 볼 때도 로맨스 요소가 들어간 것들이 제 취향에 꼭 맞는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편집하면서 정말 즐거웠던 책!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할 책은 ‘소녀 취향’이라 불리는 여성 서사 작품을 모은 대중문화 비평서, <소녀 취향 성장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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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저지만 누군가 제게 취향을 묻거나 좋아하는 책, 드라마를 물으면 선뜻 “저 로맨스 좋아해요!”라고 답하기 민망합니다. 직업이 편집자이니만큼 뭔가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사회과학서나 철학적 사유를 유도하는 인문서를 추천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때 제가 느끼는 부끄러움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로맨스물의 문법 내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적인 장치들을 저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카리스마’라는 설정 아래 허용되던 폭력적인 남성 캐릭터들과 사랑을 통해 ‘신분 상승’에 성공하는 여성 캐릭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대중미디어 속 성차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부터는 저도 제 취향을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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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갑자기 나의 취향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문학을 전공하기 시작한 후 문학과 관련된 진지한 대화를 나눌수록 내 취향이 예술적으로 그다지 수준 높은 취향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 문학적 대화와 토론의 장에서 소녀 취향 작품들에 대해 가치 평가를 하지 않는 순간들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에 대한 문학·예술계의 평가가 어떠한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_‘들어가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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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취향 성장기>를 쓴 이주라 작가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어릴 때 읽었던 세계문학전집 속 사랑 이야기와 저녁마다 보던 드라마 속 사랑 이야기를 통해 “내 안에서 이야기의 세계가 자라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으며,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좋아했던 이야기가 그저 ‘사랑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판타지’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사람 사이의 관계를, 관계가 부딪히는 사회를 읽어내게 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책 속에는 작가가 인상 깊게 본 문학 작품과 드라마, 영화에 대한 22편의 비평이 실려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부터 현시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문제들을 예리하게 포착한 ‘로맨스물’,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와 주변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들까지 국내외 다양한 장르와 시대적 배경의 작품들이 여성의 시선 아래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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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는 여성의 시선이 자신의 내부에서 외부로, 사회로 넓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3부의 내용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생존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폭력적인 시선을 드러낸 작품, 가난으로 인해 자신을 제대로 변호하지 못하는 사람들, 인간의 조그마한 욕망이 불러올 수 있는 끔찍한 미래, 그리고 성소수자들이 펼쳐 보이는 다양성의 세계가 3부의 글에 녹아 있습니다.
<소녀 취향 성장기>를 편집하며 저는 사회의 주변부와 약자, 비주류에 대한 공감과 상상이 ‘소녀 취향’, ‘여성 취향’의 서사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제가 좋아해 왔던 작품 속 여성이 얼마나 멋진 인물이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 내딛고,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진심이며 약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그들의 태도를요.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대중문화 속 여성 서사가 품고 있던 풍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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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원고를 읽으며 빠져들었던 작품을 소개합니다. 과연 이 작품들은 어떤 매력으로 초록 편집자를 사로잡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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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영화
#<에놀라 홈즈>(2020)
셜록 홈즈 시리즈에 아이린 에들러와 허드슨 부인을 제외하면 주요한 여성 캐릭터는 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셜록에게 그만큼 똑똑한 여동생이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탄생한 <에놀라 홈즈>는 여성에게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모험하고 성장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에 멋진 모녀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
#<종의 기원담>
(김보영 지음, 아작, 2023)
김보영 작가의 이야기 속 세계는 늘 저를 놀라게 합니다. 소설의 배경은 생물이 모두 사라진 미래의 어느 지구인데요, 로봇이 유기물이 되어버린 시대에 그들은 물과 흙과 생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살아 숨 쉬는 것을 처음 본 로봇들은 그 아름다움에 놀라는 한편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도 합니다. 과연 인간과 로봇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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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물이 위험하다>의 정나래 번역가와 함께 책 그리고 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 예정입니다. 과불화화합물을 둘러싼 환경문제, 책 출간 이후 변화, 책을 번역하면서의 일화 등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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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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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이 본 영화_<비트>(1997)
정우성, 고소영 배우의 영화 <비트>가 3월 6일 재개봉했습니다. 정우성 배우의 리즈 시절 영화로 유명한지라 기대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건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눈을 감고 양팔을 펼친 정우성 배우가 멋있다는 것밖에 없었는데요. 그 시절 낭만을 가득 담은 영화더라고요. 노예팅(!) 같은 상황과 감성적 대사에 놀랐지만 1997년 문화로 받아들이니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게 옛날 영화를 보는 맛이 아닐까요.) 유명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가 왜 정우성 배우의 대표작 중 하나인지 알게 되었습니다ㅎㅎ 임창정 배우의 감초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X세대의 방황, 우울을 환기하는 역할로 제 시선을 빼앗더라고요. 영상미 있는 영화라 큰 스크린으로 보아야 맛이 살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영화가 재개봉의 빛을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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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k이 본 영화_<웡카>(2024)
최근 의도치 않게 하루에 영화를 연속해서 두 편 관람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친구와는 <웡카>를, 가족과는 <시민덕희>를 보았습니다. 영화관 의자에 4시간을 앉아 있는 일은 참 곤욕이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웡카>는 많은 기대를 안고 보았는데요, 몇몇 후기에 초콜릿을 함께 먹고 싶은 장면이 있다는 말을 보고 바 초콜릿 하나를 급히 샀습니다. 없었다면 정말 아쉬울 뻔했어요. 주인공 웡카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의 초콜릿을 향한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은 제가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내용은 다소 진부할지 몰라도, 윌리 웡카와 여인숙 친구들이 달콤 백화점에서 초콜릿 가게를 무사히 열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아름다운 노래와 연출은 이 영화를 설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웡카가 초콜릿을 만들며 보인 낙천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모습은 사회인으로서 지나온 저의 행동들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고요. 관람한 후 며칠 동안은 영화에 삽입된 ost를 열심히 찾아보며 한참 빠져 있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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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취향 성장기
‘소녀 취향’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서사를 분석하고 그 서사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을 섬세한 시선으로 짚어낸 대중문화 비평서.
문화평론가이자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인 저자가 국내외 다양한 매체의 소설, 드라마, 영화 22편을 꼽아 여성의 시선으로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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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을 넘어 붓다의 세계로
불교 전체를 불이사상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불이사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다.
저자는 마음만을 강조하는 불교의 주관적 관념론의 경향에서 벗어나 불이라는 관점에서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이사상, 화엄사상, 선의 회통으로 자본주의와 세계화, 생태계 파괴의 해결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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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용접 인생
셰쟈신 지음 | 곽규한, 한철민 옮김 | 22,000원
항만 도시 가오슝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추레라(트레일러)를 제작하는 용접공들의 일과 삶을 추적한 책.
용접공 아버지를 둔 저자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추레라 제작 숙련공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연구하며 아버지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이완 사회의 변천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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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현대화의 논리 1, 2
류젠쥔, 천저우왕, 왕스카이 지음 |
구성철, 김미래, 강애리, 정혜미 옮김 | 각 38,000원
사회주의 중국의 발전과 성장의 바탕을 이루고 현대 중국정치를 이끄는 논리를 집약하다.
저자들은 중국 고유의 개념에 입각해 역사와 현실, 이론과 실천, 경험적 근거의 상호 영향 속에서 현대 중국 사회주의 정치학 원리를 탐색하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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